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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임신 중 화장품, 아이 사춘기에 영향?

최종수정 2019.11.19 06:38 기사입력 2019.11.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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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화장품을 많이 사용하면 출산한 이후 여자아이의 경우 사춘기가 빨리 올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임신 중 화장품을 많이 사용하면 출산한 이후 여자아이의 경우 사춘기가 빨리 올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임신한 여성들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과다한 분비, 면역력 약화, 영양분 부족 등으로 피부가 거칠어지고, 성격도 예민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소와 다른 피부 트러블 등을 해결하기 위해 기능성 화장품을 선택해 사용하거나, 평소 바르던 화장품조차 바르지 않는 임신부도 있습니다. 임신부들의 이런 선택의 기준은 자신의 신체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태아에게 안전한지 여부입니다.


실제로 어떨까요? 임신 중에 여성이 화장품을 많이 사용하면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임신 중에 치약과 화장품, 비누 등에 함유된 특정 화학물질에 많이 노출된 엄마가 출산한 여자 아이는 사춘기가 더 빨라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화장품 등에 함유된 화학물질이 생리적인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는 아직 없지만, 나이에 비해 이른 사춘기를 겪는 여자 아이는 정신질환과 유방암, 난소암 등을 앓을 가능성이 높고, 남자 아이는 고환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다양한 연구에서 여자 아이들의 사춘기가 빨라지고 있고, 남자 아이들도 여자 아이 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녀 구분 없이 사춘기가 빨라지고 있는데 이는 아이들의 건강에 그다지 좋은 신호가 아니며, 특히 여자 아이의 경우 엄마가 임신 중일 때 화장품을 많이 쓰면 사춘기를 더 빨리 맞이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연구팀은 중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338명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출산 전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에 함유된 화학물질에 노출될 경우 태어난 아이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추적·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임신 기간 중 산모의 소변을 받아 디에틸프탈레이트와 파라벤, 페놀, 트라이클로산 등의 농도를 측정했습니다. 그런 뒤 아이가 9세가 됐을 때 아이에게서 소변을 받아 같은 분석을 했습니다. 그 이후 159명의 남자 아이와 179명의 여자 아이의 성장을 추적·관찰하며 사춘기에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주요 현상을 파악했습니다.


분석 결과 90% 이상의 엄마와 아이의 소변에서 트라이클로산을 제외한 3가지 화학물질이 측정됐습니다. 트라이클로산은 약 70%의 엄마와 아이의 소변에서 측정됐습니다. 연구팀은 엄마의 소변에 함유된 디에틸프탈레이트와 트라이클로산의 농도가 2배가 되면 그 엄마가 낳은 여자 아이의 신체적 사춘기가 한 달 정도 빨라진다고 밝혔습니다.


또 9세에 측정한 소변 속 파라벤 농도가 높은 여자 아이의 경우 더 빨리 신체적 사춘기가 시작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남자 아이들은 이런 경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디에틸프탈레이트는 향수와 화장품에 안정제로 쓰이는 성분이고, 트라이클로산은 항균제의 일종인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7년부터 손에 쓰는 비누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물질입니다. 그러나 일부 치약에는 아직도 트라이클로산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구팀은 화장품을 비롯한 생활용품 속에 들어 있는 많은 화학물질들이 인체 호르몬을 교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들 화학물질이 생식 기능의 발달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향수나 비누, 샴푸에 들어 있는 프탈레이트와 화장품 보존재로 쓰이는 파라벤, 트라이클로산을 함유한 페놀 등을 원인 물질로 추정했습니다.


연구팀 관계자는 "화학물질들이 사춘기를 앞당겼는지, 아니면 사춘기 현상이 빨리 나타난 아이들이 개인미용이나 위생용품을 일찍 사용하기 시작해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개인미용 및 위생용품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이 걱정된다면 사용량을 제한하는 것도 아이들을 위해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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