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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열린 재판… 할머니들 "우리는 죄 없어요"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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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주권면제 이유로 불응 방침 고수
"일본 정부 당당하다면 재판 나와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3일 3년만에 개시된 일본정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 재판에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3일 3년만에 개시된 일본정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 재판에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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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우리는 아무 죄가 없고 일본에 죄가 있어요."


이용수 할머니는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유석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에 출석해 "곱게 키워 준 부모님이 있는데 군인에게 끌려가 전기 고문 등을 당하고 돌아왔다"며 이같이 울먹였다.

이 할머니는 "30년 동안 죽을 힘을 다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외쳤다. 일본이 당당하다면 재판에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를 향해 "우리를 살려달라. 진상규명과 공식 사과를 외치고 재판을 하는데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며 "우리는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끝내 오열했다. 법정 곳곳에서도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날 법정 내 피고석은 비어 있었다. 피고 일본 정부 측이 소송 불응 방침을 고수하며 나오지 않은 까닭이다.


이번 소송은 2016년 12월 제기됐다. 이 할머니 등은 당시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소송을 냈다. 이 할머니를 비롯한 생존 피해자 11명과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 6명 유족이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고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은 3년 가까이 열리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헤이그송달협약 13조자국의 안보 또는 주권을 침해하는 경우)를 근거로 우리 법원이 발급한 소장 접수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법원은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해 이날 첫 재판을 열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면서 소송 제기 당시 생존해있던 피해자 상당수도 세상을 떠났다. 올해 별세한 곽예남ㆍ김복동 할머니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제 소송을 낸 이들 중 생존한 피해자는 5명 뿐이다.


이날 재판에는 원고 중 이용수, 길원옥 할머니가 출석했다. 이번 소송 원고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다른 소송을 제기한 이옥선 할머니도 함께 법정에 나왔다.


피해자들 법률 대리인은 "72년 전 침해된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국내·국제법상 일본의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소송을 냈다"며 "일제에 의해 인격이 부정된 피해자들에게 대한민국 헌법이 인권을 회복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법과 관련한 한국·일본 양국 전문가를 증인으로 신청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외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인 만큼 주권면제가 인정되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권면제란 한 주권국가에 대해 다른 나라가 자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민ㆍ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일본 정부 역시 주권면제를 이유로 재판에 응하지 않고 있다. 향후 이 부분은 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주권면제 이론이라는 큰 장벽과 관련해 설득력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며 "재판부가 잘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3일 3년만에 개시된 일본정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 재판에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3일 3년만에 개시된 일본정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 재판에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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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길원옥, 이옥선 할머니와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에 앞서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를 향해 "당당하면 재판에 나오라"고 촉구했다. 이옥선 할머니 역시 "일본은 어째서 반성을 안 하느냐"며 "철 모르는 아이들을 데려다 못 쓰게 만들었으면 사죄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상희 변호사는 "국제사회와 유엔은 위안부 문제를 반인권 문제라고 인정하고 있다"면서 "우리 법원이 피해자의 인권에 다가서는 판결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류광옥 변호사는 "할머니들의 투쟁을 본받아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지도록 입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법원에는 이 사건 외에도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2013년 8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1억원 배상을 요구한 소송이 한 건 더 계류 중이다. 이옥선 할머니는 이 사건 원고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사건 역시 2016년 1월 정식 소송으로 전환된 후 일본 정부의 불응 방침으로 한 차례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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