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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지구촌 '불임' 시대-①남성이 문제?

최종수정 2019.10.09 09:00 기사입력 2019.10.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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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세계 꼴찌 수준입니다. 세계 출산율도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원인은 무엇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세계 꼴찌 수준입니다. 세계 출산율도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원인은 무엇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유엔(UN)이 추계한 2015∼2020년 전 세계 201개국 합계출산율 평균은 2.47명입니다. 1970∼1975년 전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은 4.47명이었는데 45년 새 2.00명(44.8%) 감소한 것입니다.


한국은 같은 기간 1.11명입니다. 출산율이 낮은 나라로 알려진 대만(1.15명), 마카오(1.20명), 싱가포르(1.21명) 등도 한국보다 많이 낳았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신생아 수)이 0.98명으로 집계됐는데, 유엔의 집계는 최근 5년치를 평군한 것이어서 0.98명보다 약간 높은 수치로 나타난 것입니다.


2015∼2020년 대륙별 합계출산율 평균은 아프리카가 4.44명으로 가장 높았고, 유럽(1.61명)이 가장 낮았습니다. 한국이 속한 아시아는 2.15명이었습니다. 한국은 지난해 0.98명으로 0명대로 진입한 이래 하락세가 계속돼 세계 최하위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인구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출산율(대체출산율) 기준은 2.1명입니다. 한국이 세계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긴 하지만 다른 여러 나라들도 출산율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아프리카 대륙과 일부 국가의 인구증가로 지구촌은 인구폭발을 두려워해야 할 상황이지만, 비교적 잘사는 나라들은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것이 솔직한 현실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전 세계 합계출산율도 점점 줄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금은 2.47명으로 인구규모 유지 기준인 2.1명을 넘기고 있지만, 이 수치도 조만간 2.1명을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구촌 전체의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사회 변화에 따른 결혼과 출산의 기피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회·경제적 원인만이 아닌 생물학적 원인 때문에 지구촌에 '불임'이 확산되면서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인류의 문제, 즉 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다른 동물에게도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노팅엄대 연구팀이 26년간 종견 무리를 관찰한 결과 여러 자손에 걸쳐 종견 정자의 품질이 하락했고, 잠복고환이 나타나 번식이 불가능해지기도 했습니다.


캘리포니아버클리대 연구팀은 제초제 성분이 수컷 개구리의 성 발달을 방해해 무리의 75%가 성 능력이 약화되거나 10마리 중 1마리는 암컷으로 성전환을 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은 영국 강의 수컷 물고기 중 20%가 중성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고, 다른 20%는 정자의 품질이 떨어지고 덜 공격적이고 경쟁적이지 못해 번식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불임이 인류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주요한 문제로 대두된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인류의 불임 원인은 클라미디아 성병으로 인한 세균 감염이나 환경오염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런 불임 논란에서 최근 두드러지는 현상은 '남성' 불임입니다. 과거 불임에 대한 책임은 주로 여성에게 떠 넘겼습니다. 남성이 무한한 수의 정자를 생산하는 반면, 여성은 유한한 수의 난자만 생산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폐경에 이르러 출산이 불가능하다는 것 등 주로 생물학적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현미경으로 본 남성의 정자. 건강한 남성의 정자(왼쪽 사진)는 양도 많고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불임 남성의 정자는 양도 적고 거의 움직임이 없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현미경으로 본 남성의 정자. 건강한 남성의 정자(왼쪽 사진)는 양도 많고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불임 남성의 정자는 양도 적고 거의 움직임이 없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그러나 지금은 남자도 여성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2017년 이스라엘 히브리대 하가이 레빈 교수팀은 "남성의 정자 수 감소로 인간이 멸종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레빈 교수팀은 서구 남성의 정자 수가 지난 40년간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40년간 북미와 유럽, 호주 등 산업화한 서구에 사는 남성들의 정자 농도가 52.4% 감소했고, 정자 수는 59.3% 줄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 감소 속도는 계속 유지되거나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레빈 교수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은 "감소한 정자 수가 부풀려졌다"고 반박하면서도, 이 같은 추세를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레빈 교수는 "정자수 감소가 환경과 생활방식의 영향과 관계가 있는데 출생 전 화학물질 노출과 성인이 된 이후의 살충제 노출, 담배, 스트레스와 비만 등이 요인"이라면서 "우리가 사는 환경과 노출되는 화학 물질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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