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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돌봄 그만 두고 싶다" 황혼육아로 등 떠밀리는 조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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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양육지원 제공자 1위 '조부모' 88.4%
10명 중 7명 "가능하다면 손주 육아 그만두고싶어"
정부차원서 맞벌이 부부 조부모 육아 지원 목소리도

자료사진.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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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윤경 기자] "솔직히 딸 내외가 맞벌이만 하지 않는다면 그만하고 싶죠. 젊은 몸으로 해도 힘든 것이 육아인데, 나이 들고 하려니 너무 고돼요. 자식들 다 키워두고 이제 숨 좀 돌릴까 했는데 등 떠밀리듯 손주들을 돌보려니 몸도 안 아픈 데가 없고 스트레스도 너무 심해요"


손주 어린이집 하원을 기다리던 60대 여성 A 씨는 최근 딸 집에 상주하며 아이들을 돌본다. 딸이 자녀를 맡기러 새벽처럼 나오는 게 안쓰러워 주중이면 A 씨가 딸 집에서 지내며 손주를 돌보고 집안일도 도와준다.

A 씨는 "황혼 육아에 대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요즘은 손주들 어린이집 보내고 하는 일이 침 맞기, 물리치료"라면서 "안고, 목욕시키고 하다 보니 온몸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다"라고 토로했다.


맞벌이하는 자녀를 대신해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이른바 '황혼 육아'가 매년 증가추세이지만, 자의가 아닌 반 타의로 육아를 떠안는 장년층이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황혼 육아에 대한 사회 제도를 개선하고 관련 정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7일 보건복지부가 육아정책연구소에 의뢰해 2천533가구, 3천7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개인 양육지원 제공자의 83.6%는 조부모였다. 친인척(3.8%)까지 합치면 혈연관계는 88.4%에 달했다. 민간육아도우미나 공공아이돌보미 이용률 각각 9%, 3.9%로 비교적 낮았다.


문제는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 상당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육아에 가담한다는 점이다.


2016년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황혼 육아 중인 조부모 500명 중 '손주 양육 동기가 본인의 자발적 의지가 아닌 자녀 부탁에 의한 비자발적 동기'라고 답한 비율은 76%에 달했다.


조부모가 손자녀 양육에 소요하는 평균 시간은 주당 5.25일, 42.53시간으로 조사돼 일반 근로자의 근로시간과 크게 다를 것 없었으며 평균 양육 기간은 21개월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그만 돌봐도 된다면 그만두겠느냐'는 질문에 73.8%가 '그렇다'고 대답했으며, 10명 중 6명은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답했다.


많은 조부모가 자녀의 요청으로 혹은 자발적으로 손주 육아를 가담하고 있지만, 체력적으로 힘들어 가능하다면 그만두고 싶어 한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개인 양육지원 제공자의 83.6%는 조부모로 조사됐다/사진=KBS 방송 캡처

'2018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개인 양육지원 제공자의 83.6%는 조부모로 조사됐다/사진=KBS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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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 맞벌이 부부만 조부모의 양육수단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앞서 살펴본 2018년 보육실태조사 보고서는 "개인양육지원서비스 이용 아동은 대부분 혈연관계에서 지원을 받고 있고 특히 외조부모의 비중이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혈연의 유무에 따른 사회적 형평성 제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국회에는 '아이돌봄 지원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됐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조부모가 교육 이수 등으로 자격을 갖춰 아이돌봄서비스 제공기관에 '손자녀돌보미'로 등록하면 아이 부모 소득수준 따라 양육수당 지급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전문가 역시 조부모 육아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국가적 육아 지원 제도 활용을 제안하며 가족간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7월 KBS 시사 프로그램 '생생토론'에 출연한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박사는 황혼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 "인터넷에 좀 더 능숙한 자녀들이 조부모를 위해 육아 정보를 찾아 제공하길 권한다"면서 "시간제 보육 서비스, 아이 돌봄 사업 지원 등을 적극 활용하면 조부모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부모는 어디까지나 '조력자'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며 "조부모 육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모와의 마찰은 가족 소통과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혼 육아를 문제가 있는 관점에서 보기보다는 3세대 공감 및 가족애를 돈독히 할 수 있는 계기로 바라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윤경 기자 ykk02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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