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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극단적 선택' 언제까지…'자녀 살해'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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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실패 비관한 듯
현관 앞에 7개월 밀린 유윳값 고지서만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대전의 한 아파트.사진=SBS 캡처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대전의 한 아파트.사진=S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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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이 거주한 아파트 현관에서는 월 3만7,000원인 우유 대금을 7개월 동안 내지 못해 25만9,000원이 미납됐다는 고지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처지를 비관한 가장이 아내와 아이들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일가족 극단적 선택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범죄심리전문가들은 일가족 극단적 선택에 대해 사실상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의 심각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4일 오후 4시께 대전시 중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A(43·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 신원을 확인, 자택으로 가보니 그의 아내·아들·딸도 숨져 있었다. 아내와 자녀 시신에서는 별다른 외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A씨 소지품에서는 '경제적 문제로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 형식 메모지가 발견됐다. A 씨는 최근 건축 관련 사업에 실패한 후 사채까지 끌어 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아파트 고층에서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나머지 가족이 숨진 집에 외부침입 흔적 등이 없는 것으로 봤을 때 경찰은 그가 아내와 아이들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숨진 이들의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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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이 경제적 상황 등을 이유로 가족 구성원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앞서도 일어난 바 있다. 지난 5월 경기 의정부에서는 50대 가장과 아내 그의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억대 부채에 시달리던 가장이 처지를 비관하고 동반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 가족 구성원의 생명권을 박탈한다는 데 있다. 숨진 3명은 모두 한 아파트 방에서 발견됐다.


특히 딸에게서는 손등에서 '방어흔'이 발견됐다. 방어흔은 가해자의 흉기 공격을 무의식적으로 손이나 팔로 막을 때 생기는 상처를 말한다.


이 때문에 딸은 은 아빠로부터 극단적 선택을 강요받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사건 정황을 종합하면 살해를 당했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일가족 극단적 선택이라 불리는 이른바 '자녀 살해'는 꾸준한 증가했다. 2014년 서울경찰청 소속 정성국 박사 등이 경찰 수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논문을 보면 자녀 살해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총 230건으로 추정된다.


이 중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비율은 44.4%였다. 살해 동기를 유형별로 보면 가정불화가 102건(44.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문제 62건(27.0%), 정신질환 55건(23.9%) 순이었다.


살해 후 가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는 102건(44.4%)이었고, 피의자가 정신질환이 있는 사건이 66건(28.7%)이었다. 피해자와 피의자의 관계는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68건(29.6%)으로 가장 많았다.


또 아버지가 딸을 살해하는 사건과 어머니가 아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각각 47건(20.4%)이었으며, 어머니가 딸을 살해하는 사건은 60건(26.1%)이였다.


전문가들은 동반 자살이 아닌 살해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김상균 전 범죄심리학회 회장은 또 다른 일가족 극단적 선택 사건과 관련해 CBS 노컷뉴스에서 "보통 일가족 모두 죽음을 선택하면 가장 어린 자녀를 홀로 남겨두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 외 가족 구성원은 죽음에 동의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고, 동반 자살이 아닌 살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고 강조했다.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계 팀장은 YTN과 인터뷰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보다 회생할 생각을 했어야 했다”며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절대 아니다. 부모가 아이를 살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부모가 자녀의 생명권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면서 "부모가 자녀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가족의 극단적 선택은 살인죄가 적용될 만큼 심각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반 자살이라는 용어 자체가 굉장히 잔혹한 용어다. 어떻게 보면 딸도 타인인데 그 사람의 생명권을 아버지가 좌지우지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며, 이는 잘못된 것이다"라고 거듭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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