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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확증적 편향을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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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군에 간 아들이 휴가를 나왔다. 함께 TV를 보면서 내가 보고 싶은 보도 채널만 보는 것을 보고 내게 확증적 편향이 있다고 해 충격을 받았다. 나도 모르게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가 읽고 싶은 것만을 읽고 있지 않은지 다시 한 번 되묻는 계기가 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가치라는 단어만큼 강력한 것이 없다. 그로 인해 효율성이나 생산성이라는 단어가 슬그머니 사라진 듯하다. 국가나 기업은 마냥 부채로 운영될 수 없다. 국가의 빚이란 현재 세대가 다음 세대에 멍에를 지우는 것에 불과하고, 기업의 적자는 결국 기업 자체를 도산에 이르게 한다. 정부 정책의 지나친 시장 간섭은 또 다른 나비효과를 일으킨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발표 이후 주택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실제 강남 지역의 일부 신축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다. 이번 정책으로 향후 공급되는 신규 주택의 분양 가격을 낮게 강제할 수 있게 됐으나 이로 인해 신규 주택의 공급이 감소하게 되면서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번 정책 역시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일방적 통제라는 점에서 시장에 끼칠 부정적 영향이 염려된다.

이처럼 시장에 대한 간섭이 가져온 결과는 2019년 현재를 사는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것들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을 경험했다. 이러한 정책은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모르핀과 같은 찰나의 쾌감이나 최저임금 만 원과 같은 이상적인 슬로건만 남겼다. 결과적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고 불평등의 심화, 시장 왜곡, 경기 침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최근에는 대내적인 요인 외에 대외적 요인마저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일본과의 마찰, 미ㆍ중 간 무역 분쟁의 심화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졌다. 올해 2분기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어닝 쇼크로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9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574개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37.09%, 42.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에서도 코스피 2000 선이 붕괴하고, 코스닥이 폭락했다. 특히 외국인투자가의 매도 우위는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지금까지는 주요 경제 관료의 입을 통해 악화된 경제 지표들이 계속해서 발표됐음에도 정부는 오히려 가짜 뉴스라 치부하면서 우리 경제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제는 정부가 던지는 경제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를 믿는 사람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정부는 '소재ㆍ부품 국산화'에 대한 육성 방안을 제시하고, 혁신 성장 확산을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2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데이터, 네트워크, 5G, 인공지능(AI) 등 'DNA' 분야에 1조7000억원,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빅 3' 분야에 4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글로벌 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 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다른 산업으로 혁신이 확산되게 할 수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추진 계획을 밝혔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속한 준거집단의 의견을 존중하기보다는 나와 의견이 다른 집단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확증적 편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에서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기업으로 하여금 국내에 투자하라고 윽박지르기보다는 먼저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는 말로만 규제 완화를 주장하기보다는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친기업 정책,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특성상 수출 기업 우대 정책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지금부터라도 사회적 가치만큼 생산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정책의 집행을 기대한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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