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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 비우면 채워지는 정치의 마법...안철수 前 국민의 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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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흘러간 옛 노래일까, 정계개편의 마중물일까. '정치인 안철수'의 주가는 다시 상한가다. 지난해 9월1일 독일로 넘어간 지 1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그를 찾는 이는 오히려 더 많아졌다. 비우면 채워지는 정치의 미묘한 생리 때문이다. 호남의 기대주라는 타이틀은 과거의 수식어다.


러브콜은 자유한국당 쪽에서도 감지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시민단체 '플랫폼 자유와 공화'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서 보수통합과 관련해 안철수 전 의원을 거론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안철수 전 의원부터 우리공화당에 이르기까지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이 모두 같이 하는 게 진정한 반문(반문재인)연대"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가 유승민 의원에 이어 안철수와의 연대를 잇달아 거론한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대통합의 기치를 올리자는 차원으로 보인다.

왜 안철수일까. 꽉 막힌 정국의 퍼즐을 풀어줄 동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처지인 정계개편 추진 세력에게 안철수는 꽤 매력적인 정치인이다. 비록 당선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2012년, 2017년 대선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6년 제20대 총선의 녹색돌풍은 잊을 수 없는 짜릿한 기억이다.


사람들은 국민의당이 호남을 석권한 것만 기억한다. 진짜 돌풍은 수도권에서 몰아쳤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서울과 경기, 인천 모두에서 더불어민주당보다 정당 득표율이 높았다. 안철수라는 정치인의 상품성에 주목한 결과다.


실제로 안철수는 비(非)민주당 성향의 호남 출신 유권자, 20~30대 청년세대, 제3정치세력 지지자들에게 대안으로 인식됐다. 국민의당의 20대 총선 성적표는 38석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의원들은 38석을 지켜냈다면 제3당 시대의 고속도로가 뚫렸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분당 사태를 겪지 않았다면 민주당과 한국당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을 것이란 얘기다. 스스로 '헤어짐'을 선택한 정치인들이 "정치적인 이혼만 없었다면…."이라며 옛 추억에 빠져 있는 것도 흥미롭다. 그들은 다시 길을 찾고 있다. 민주평화당 탈당파들은 새로운 집을 지으려 한다.


집을 든든하게 지탱해줄 '대들보'가 필요하다. 이는 평화당 잔류파와 바른미래당 정계개편 찬성파들도 마찬가지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생명력을 불어넣을 존재가 필요하다. 안철수는 안성맞춤 정치인이다. 그와 손을 잡을 수 있다면 단숨에 정계개편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생각이 그를 향한 러브콜의 배경이다.


한국당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인 그늘에서 벗어나려면 탈색이 필요하다. 친박(친박근혜)대 비박(비박근혜)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는 매력적인 탈색의 수단이다. 안철수 합류를 성사시킨다면 '반(反) 문재인 연대'라는 총선 프레임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정계개편 움직임과 무관하게 생각해볼 문제는 근원적인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철수는 정말 2020년 이후의 정국을 주도할 '정치 블루칩'일까. 2017년 5월 대선에서 안철수의 정치적인 역량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TV토론에서 콘텐츠에 대한 깊은 의문을 안겨줬다. 이미지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빨리 달아오르고 또 빨리 식는다는 점이다. 이미지를 뒷받침할 정치적인 내공이 뒤따르지 않으면 정치 지도자의 꿈을 이어가기는 어렵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안철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정계개편 구도다. 한국당이 그와 손을 잡으려는 것은 정치 활용재로 소모하기 위한 성격은 아닐까. 보수 대선주자 1위인 황교안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차기 대선에서 안철수를 옹립할 생각을 하게 될까.

호남발(發) 정계개편 세력들도 마찬가지다. '안철수 우산' 아래에서 소나기를 피하려는 목적이 강한지도 모른다. 본인들이 한 번 더 의원으로 당선되는 데 유용한 카드라는 생각이 더 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안철수는 현실 정치의 소모품이 된다고 해도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자신의 몸을 던질까. 본인의 선택이 총선 정국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모를까 정치 리스크를 고스란히 감수하면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지는 의문이다.

안철수의 몸값이 오를수록 그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뒤늦게 정치에 뛰어든 그는 정치인과의 관계에서 아픔을 많이 겪었다. 그런 인물이 누군가의 정치적 목적을 채워주기 위한 수단이 되려 할까.


안철수가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면 정치 승부를 걸어야 할 타이밍이라는 판단이 섰다고 봐야 한다. 정치적인 계산을 끝낸 뒤에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만약 현재의 구도에서 정치로 복귀하는 것이 자신의 상품성을 갉아먹게 된다고 판단한다면 독일 체류는 길어질 수 있다. 시간은 안철수의 편이다. 21대 총선이 끝나고 혼돈과 변화의 시대가 찾아온다면 안철수의 몸값은 지금보다 더 뛸지도 모른다. 비우면 채워지는 게 정치의 특성 아닌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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