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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환자 등 소외계층 보호에 헌신한 고명은 미리암 수녀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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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골롬반외방선교수녀회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안식 기도"…20일 오전 9시 장례미사

고명은 미리암 수녀[사진=성골롬반외방선교수녀회 제공]

고명은 미리암 수녀[사진=성골롬반외방선교수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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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이들 곁을 지켜온 고명은 미리암 수녀가 17일 선종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79세. 고인이 소속한 성골롬반외방선교수녀회는 19일 홈페이지에 별세 소식을 전하며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도록 기도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라고 당부했다. 고인은 최근 척추와 장에 문제가 생겨 두 차례 수술대에 올랐다가 숨을 거뒀다. 병상 생활을 하면서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공동체에 수시로 연락해 위로를 건넸다고 전해진다.


평생을 성매매 여성과 에이즈(AIDS) 환자, HIV 감염자 등을 돌보는데 헌신한 인물이다. 고인은 1941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간호사 교육을 받은 뒤 1971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전남 목포의 종합병원, 제주와 춘천의 의원 등 주로 의료시설이 부족한 곳에서 의료와 교육 활동에 매진했다. 이 과정에서 소외받고 억압받는 소수자들을 만나 그들을 돌보는데 온 힘을 보탰다.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1997년 국내 최초 에이즈 감염인 지원시설인 ‘작은 빛 공동체’을 설립해 운영했다.

고인은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면 HIV 감염자 공동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해 늘 신상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했다. 고인과 친분이 있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2005년 고인이 한국 정부 훈장(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게 됐으나 수상을 거부해 관계 기관을 당황하게 한 일화를 적었다. 그는 “감염자 공동체가 알려질까봐 수상을 거부했다. 얼굴에 화장하고 귀까지 가리는 수녀복을 입는 조건으로 주변에서 설득해 수락한 일이 있다”고 했다.


임 소장은 고인과 21년 전 인연을 맺은 계기도 전했다. 그는 “‘친구사이’ 부회장이 에이즈로 사망하던 날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병원 측에서 염(殮)을 해주지 않아 거칠게 항의했다. 그때 고인이 저를 말리며 ‘우리가 합시다’라고 하셨다”고 했다. “수녀님과 울면서 차디찬 몸을 닦기 시작했고, 그 인연으로 수녀님과 왕래하며 지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48년 가까이 한국에서 소외받고 억압받는 소수자와 함께하셨다. 조금 더 사셨으면 하는 욕심이 나지만 주님과 함께 좋은 곳에서 영면하길 기도드린다”고 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1호실이다. 20일 오전 9시에 장례미사가 거행된다. 고인은 장례절차가 끝나면 춘천부활성당 추모관으로 옮겨져 영면에 들어간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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