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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심폐소생술 교육'이 생명존중사상의 기틀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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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공(광주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 체육학 박사·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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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응급상황에서 기질을 발휘해 타인의 생명을 구한 일반인들의 미담이 전해져 우리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곤 한다. 양양군의 한 마을 이장이 피서객의 생명을 구한 사례나 광주시민이 대아산 등반 중 인근 폭포에 빠진 사람을 구한 사례 등이 그것이다. 두 경우 모두 평소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둔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심폐소생술은 의식이 없는 심폐기능 정지 환자에게 사용되는 응급처치법으로 심정지 발생 직후 4~5분 이내에 실시돼야만 뇌에 비가역적 손상 없이 소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구급차 평균 도착시각은 7분으로 전문 인력에 의한 응급처치 사이에는 시간적 괴리가 존재한다. 따라서 최초발견자에 의한 즉각적 처치가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즉 최초발견자에 의한 심폐소생술 실시 여부가 생존과 더불어 정상회복을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질병관리본부와 소방청은 119 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한 급성 심장정지 사례 의무기록을 조사한 결과 2017년 기준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급성심정지 환자 건수는 2만9262건으로, 특히 주목할 점은 급성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 2.3%이던 것이 2017년에는 8.7%로 2006년 대비 3.8배 증가하였고, 같은 기간 급성 심장정지 환자가 퇴원 당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뇌 기능이 회복되는 비율도 0.6%에서 5.1%로 8.5배나 높아졌다고 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흔히 ‘골든타임’이라 일컫는 4분 남짓의 시간 동안 현장에서 최초발견자에 의한 심폐소생술 실시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008년 1.9%에 그쳤던 일반인에 의한 심폐소생술 실시율은 2016년 16.8%로 9년 새 8배 이상 증가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편 심폐소생술 실시율을 지역별로 살펴본 결과 최대 5배 차이를 보였다. 2016년 기준 서울은 29.6%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전남, 광주, 전북, 경북 등이 10% 미만으로 낮은 비율을 나타냈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은 6.1%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비율을 나타냄으로써 우리 지역이 심폐소생술 교육 및 응급의료체계 정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극단적으로 광주·전남에 사는 사람에게 급성 심정지가 발생하면 서울에 사는 사람보다 살아날 확률이 현저히 낮다는 건데, 이를 타파할 수 있는 지자체의 능동적 노력이 요구된다.

우리 국민은 최근 일어난 메이저급의 사건·사고를 통해 응급상황에서의 대응 및 대처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이에 정부는 학교 교육에 안전교육을 의무화하는 등의 구체적인 노력을 시작했다. 강제성 없는 자발적 참여만으로 9년 동안 심폐소생술 실시율이 8배 증가한 점을 고려한다면 의무교육을 통한 효과는 충분히 기대해볼 가치가 있다. 단순히 심폐소생술 실시율 증가라는 가시적 효과뿐만 아니라 심폐소생술을 배우는 전 과정에서 학생들이 생명의 존엄함과 소중함을 상기함으로써 생명존중 사상의 초석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이 교육을 받는 나이에 따라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면 인성교육 차원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을 것이다.


이제 생명존중 사상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실천적 노력이 시작됐으니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가르칠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차례이다. 얼마 전 홍콩 소방청이 제작한 심폐소생술 영상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파란 전신 타이츠를 얼굴까지 뒤집어쓴 사람이 중독성 강한 비트와 랩에 맞춰 심폐소생술의 주요 기술을 시행하는 보급용 영상이었다. 오랜 시간 안전과 건강 관련 수업을 해오며 생명을 다루는 문제이므로 진지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필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진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우스꽝스럽고 황당해 웃음이 절로 나오는 영상이 재미있어 지인과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다시 보게 되고, 심지어는 강한 중독성에 나도 모르게 따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적 차원에서 보급용으로 제작했다는 점은 필자가 우리나라 교육프로그램의 현실을 탐색게 했다. 또한, 전문강사 활용에 대해서는 회의감마저 들었다.


자극적인 영상으로 학생들을 현혹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기존의 지루하고 뻔한 교육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대상자의 호기심과 동기를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간헐적 지식의 비전문가의 한시적 교육보다는 지식의 연결고리가 탄탄하고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한 전문강사를 활용한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생명존중 사상의 온전한 안착은 유년기에 가장 효과적이며 어쩌면 현세대가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아닐까?


김공(광주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 체육학 박사·공학 박사)




호남취재본부 김춘수 기자 ks7666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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