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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조롱 참은 불매운동 '타깃 분명·효과 즉각'…아사히·유니클로·DHC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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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은 소비자주권의 힘…스마슈머가 이끄는 문화·조직화
노노재팬 활용…일본제품 바코드 식별·국산 대체품 알려주기
자발적인 집단지속으로 지속성 주목…"불매운동 폭발력 크다"

日 조롱 참은 불매운동 '타깃 분명·효과 즉각'…아사히·유니클로·DHC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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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일본 유명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신용카드 매출액이 한달만에 70%나 급감했고, 일본 주요 관광지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결제액도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국내 수입 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던 일본 맥주는 지난달 3위로 급락했다. 한달이 지난 한국의 불매운동 결과다. 타깃이 분명한 불매운동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온갖 조롱과 비난을 참아낸 성과다.


"안타깝지만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한국 불매운동은 25년간 불발의 역사였다'라는 꽤나 자극적인 제목의 일본 마이니시친문 칼럼에서 언급된 내용이다. 이 칼럼을 쓴 사와다 가쓰미 외신 부장은 서울지국장으로 한국에 거주하면서 1995년 역사바로세우기, 2001년 일본 역사교과서 파동, 2005년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 2013년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정부 관계자 파견 등으로 인한 총 4차례의 불매운동을 경험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단지 내가 경험한 사실을 열거한 것 뿐이다.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생각보다 효과가 없고, 일본에서 (반한감정을 조장해) 악영향만 불러일으키는 게 아쉬워 칼럼을 썼다"고 전했다. 습관적인 '반일 애국 증후군이라는 조롱까지 들어야 했다. 구로다 가쓰히로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일본 제품을 실제로 불매한다기보다는 인터넷에서 '나 이렇게 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행동"이라고 한국 소비자를 깔보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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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집단지성…스마슈머가 탄생시킨 '노노재팬'= 5번째로 평가받은 이번 불매운동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달 초 불매운동이 움트기 시작했을 무렵 일본은 용두사미를 예측했다. 하지만 지금의 불매운동은 유례없이 강력하다. 한국 소비자들은 한달이 지나는 시간 동안 온갖 비난과 냉소적인 예측을 뒤로 하고 스스로 불매운동에 뛰어들었다. 과거에는 특정 단체가 주도했지만 이번에는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됐고 확산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와는 달리 굉장히 정교하고, 조직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 불매운동이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것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탄탄한 정보로 무장한 현명한 소비자인 '스마슈머'(Smart+Consumer)'가 이끄는 소비자 주권운동으로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의 '집단지성'의 힘이 창의적인 방식으로 불매운동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한 네티즌이 일장기를 활용해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 '보이콧 재팬' 로고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불매운동 불을 지폈다. 그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확산의 중심에는 바로 스마슈머가 탄생시킨 웹사이트 '노노재팬'이 있다. 노노재팬을 통해 어떤 제품이 일본산인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품도 기재돼 있다. 잘못된 정보로 발생하는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바로알기' 코너도 개설된 상황.


노노재팬을 통해 모두가 '스마슈머'로 거듭나 '반일감정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성숙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불매운동의 목적은 싸움과 증오가 아니라 평화를 위한 것"이라며 "일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을 삼가고 불매운동 참여를 강요하지는 말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본 수입차에 '김치 테러'를 가했다며 혐오를 조장하는 가짜뉴스 역시 스스로 팩트체크(진실 여부)하고 있다. 하루 방문자만 100만명이 넘는다. 스마트폰용 '노노재팬 앱'도 나왔다. 이미 다운로드 1만회를 훌쩍 넘겼다.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이번 일본 불매운동은 새로운 문화운동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며 "예전의 불매운동은 몇몇 시민단체가 주도했다면 이번엔 네티즌들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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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화ㆍ조직화 '창의적 방식'으로 진화= 스마슈머가 이끄는 불매운동은 스마트폰, 인터넷, SNS 등을 활용한 '전문화ㆍ조직화ㆍ지속화'가 특징이다.


단편적인 예는 일본제품 바코드 식별방법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바코드로 일본제품을 구분하는 방법'을 찾아내 이를 공유하면서 정보를 쌓아가고 있다. 한국제품은 코드가 '88'로 시작하지만 일본은 '45'나 '49'로 시작한다. 노노재팬이 제공한 앱에 바코드를 인식하면 일본 제품 여부를 알려준다.


정보를 공유하면서 조직적으로 대응한다. 특히 무분별하게 불매운동의 타깃으로 삼지 않는다. 일본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한 불매가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 과감하게 불매 목록에서 제외한다. 대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상징적인 기업, 브랜드, 제품을 불매운동 타깃으로 삼는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가 유니클로와 아사히맥주다.


타깃이 분명한 만큼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의원(바른미래당)이 공개한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8개 전업카드사의 신용카드 결제실적을 살펴본 결과 국내 유니클로의 카드매출액은 6월 마지막 주 59억4000만원에서 7월 넷째 주 17억7000만원으로 70%나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무인양품은 59% ABC마트는 19%가 줄었다. 이번에 조사한 일본 유명 브랜드는 이밖에 최근 일본 내 혐한 방송 등으로 논란이 된 DHC 등이 포함됐다. 이들 브랜드 전체 매출액은 같은 기간 102억3000만원에서 49억8000만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주간별로 보면 7월 첫주만 해도 6월 마지막 주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둘쨋주엔 30%가 줄었고, 셋쨋주엔 40%가 감소하는 식으로 급격한 매출 하락이 이어졌다. 이는 지난해엔 6월 마지막주보다 7월 중 주간 매출 규모가 더 컸던 흐름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불매운동의 효과가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맥주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줄었다. 편의점 GS25와 CU의 일본 맥주 매출은 40~50% 감소했고, 이마트에서는 무려 62.7%나 급감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부동의 1위 제품 아사히맥주에 등을 돌리면서 국내 수입 맥주 1위 자리는 최근 에일 맥주 열풍을 타고 큰 성장세를 보인 벨기에 맥주가 차지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액은 434만2000달러로 집계됐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로 전달 790만4000달러에 비해 45.1% 감소한 것이다. 일본 맥주는 2009년 기존 1위 미국을 따돌린 이후 작년까지 10년간 계속 연간 맥주 수입액 1위 자리를 유지해 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일본 맥주 수입액은 3479만6000달러로, 중국(2026만1000달러), 벨기에(1962만달러), 미국(1354만9000달러)을 압도했고 월별 수입액에서도 1위를 내어준 적이 없다. 불매운동이 계속되면서 일본 맥주 수입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8월 1~10일 수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일본 맥주 수입량은 작년 동기 대비 98.8%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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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도 불매운동 영향이 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한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일본차의 7월 판매량이 급감했다. 도요타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모든 브랜드의 판매량이 6월과 비교해 두 자릿수 이상 줄었다.


전문가들은 지속성에 주목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최근 발표한 '제4차 일본제품 불매운동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64.4%)이 현재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19세 이상 성인 4320만명 중 2780만명에 이르는 수치다. 지난달 10일 1차 조사에서는 2명 중 1명 꼴(48.0%)이었는데 2차(17일) 조사에서 54.6%, 3차(24일) 62.8%로 점점 참여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25.9%뿐이었다.


김성수 시사문화평론가는 "인터넷, SNS를 기반으로 한 굉장히 조직적인 불매운동으로, 집단지성이 조직화된 힘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운동이기 때문에 폭발력이 크다"면서 "일본이 쉽게 사그라들 수 있다고 봤던 것은 철저한 오판"이라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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