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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文대통령 '평화경제론'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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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축사 대북 메시지 24시간 채 지나기 전
미사일 2발 발사하고 조롱 섞인 말폭탄
文, 인내 속 북·미협상 재개 적극 뒷받침할 듯
북·미관계 진전 지켜보며 남북관계 모색 전망

북한이 지난달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시험사격을 참관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시험사격을 참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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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거듭 강조한 '평화경제론'이 불과 하루 만에 북한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남한 패싱'을 노골화한 북한이 남북 관계의 창구를 닫고 저 혼자만의 길을 가겠다고 밝힌 만큼 문 대통령의 평화 경제 구상은 당분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북 메시지를 던진 지 불과 24시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북한은 문 대통령을 향한 조롱 섞인 말폭탄과 미사일 발사 도발로 대답했다. 이번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통일의 시점을 제시하고 통일 이후 한국의 밑그림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남북 관계 발전을 향한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의 역량을 합친다면 각자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8000만 단일 시장을 만들 수 있다" "한반도가 통일까지 된다면 세계 경제 6위권이 될 것"이라면서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개최와 광복 100주년을 맞는 2045년 한반도 통일을 약속했다. 남북 간 평화에 기반한 평화 경제를 통해 신성장동력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지칭하며 "(우리가)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고 북남 협력을 통한 평화 경제를 건설하며 조선반도(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구애를 일축한 북한은 또한 앞으로 남한과 대화 테이블에 앉을 계획도 없다고 재차 못을 박았다. 남측이 제시한 평화 경제와 동행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북한은 이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문과 함께 발사체 2발을 쏘아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마치며 주먹을 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마치며 주먹을 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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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강도 높은 비난을 담은 담화문을 통해 한반도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계산"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과 남한의 군사력 현대화 중단 그리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무시한 남북 협력 등을 주장하는데 이는 우리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과도한 요구"라면서 "앞으로도 남측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조건만을 관철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으로부터 '허무하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 평화경제론의 불투명성은 이번 사태로 한층 커졌다는 평가다.


다만 북한의 이러한 메시지와 무관하게, 문 대통령 역시 자신만의 길을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평화 경제 못지않게 강조한 것은 북·미 대화 재개였다. 정부는 지난 11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문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낼 때도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대신 이번 경축사를 통해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제 궤도에 올려놓는 데 집중하겠다는 정부의 기조를 거듭 밝혔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꺼져가던 대화의 불씨를 6ㆍ30 판문점 회동을 통해 어렵게 되살려놓은 만큼 이번 북·미 실무협상 기회마저 놓쳐선 안 된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이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대남 비난에 개의치 않고 북·미 협상 진전 결과를 지켜보면서 남북 관계 모멘텀 회복의 기회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대화의 판을 깨거나 장벽을 쳐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만이 있다면 그 역시 대화의 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할 일"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미연합훈련이 종료되면 북한이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본다. 이후 남북 관계 진전의 기회는 이때 다시 찾아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 측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친서를 받았다며 연합훈련 종료 후 협상 재개를 기대한 바 있다.


이날 북한은 조평통 담화를 북한 주민이 접하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 등 대내용 매체에는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 11일 외무성 담화 때와 같은 모양새다. 향후 북·미 대화 추이에 따른 남북 관계 진전과 대남 정책 전환 등을 고려해 현재의 대남 비난을 주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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