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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당 나가면 ○고생? 미래연합 박근혜 ‘6개월 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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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선 앞두고 한국미래연합 창당, 朴 따라간 현역 의원 0명…새로운 보수정당 도전? 현실 정치 높은 벽만 확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 사진=아시아경제 DB

박근혜 전 대통령 /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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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가면 ○고생이다.” 거액을 들여 여행을 가봐야 고생만 하고 돌아온다는 우스갯소리다. 정치권에도 통용될 수 있는 말이다. ‘큰 뜻’을 품고 당을 나가봐야 고생만 하다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자신이 몸 담았던 정당을 떠나 창당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은 정계개편 국면에서 반복되는 일이다.

정치 거물이 이를 주도한다고 해도 성공률은 극히 떨어진다. 과거 김대중·김영삼·김종필 등 ‘3김 시대’처럼 막강한 정치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가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특히 보수정당에서 탈당 이후 새로운 정당 창당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보수정당 의원들일수록 당 조직과 안정적인 지지율 등이 보장돼 있는 친정을 버리는 것을 주저한다는 얘기다. 정치 리더가 탈당을 결행해도 그를 따르지 않고 당에 남아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밖에 나가 찬바람을 맞기보다 따뜻한 공간에서 미래를 모색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2년 경험한 사연도 마찬가지다. 1998년 재·보궐선거로 원내에 입성한 그는 2002년 지방선거·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탈당을 선택했다. 주목할 부분은 한국미래연합(약칭 미래연합)이라는 존재다.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한 그는 5월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1만여명의 당원과 함께 중앙당 창당 대회를 열었다. 2002년 6월 지방선거에 도전하기 위한 정치적인 선택이었지만 그의 시선은 12월 대선에 꽂혀 있었다.


실제로 그는 창당대회에서 “분명한 것은 이번 대선에서 후보를 내고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출마 의사를 숨기지 않은 셈이다.


박근혜라는 정치 리더가 한나라당이 아닌 다른 간판(미래연합)을 토대로 2002년 대선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뜻을 나타냈다면 그를 따르는 정치인(한나라당 의원)들이 대거 동행하는 그림을 상상할 수 있다.


대선을 6개월 여 앞두고 창당하는 정당이라면 여의도 정가를 흔들 파괴력을 지녀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인 박근혜를 따라 미래연합에 동행한 현역 의원은 없었다.


/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이회창과 박근혜(1997)'

/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이회창과 박근혜(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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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자신의 미래를 고려해 행보를 결정한다. 선거의 대세가 어디로 흐르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정치인이다. 미래연합 간판으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게 현역 의원들의 판단이었다. 실제로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


미래연합은 2002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도전했지만 참담한 결과를 맛보았다.


미래연합은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당선자는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고,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1명씩 비례대표 광역의원을 배출했다. 당시 한나라당이 16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11곳에서 승리하는 압승을 거둔 것과 비교한다면 미래연합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2002년 5월17일 창당 당시 박근혜 미래연합 대표는 “우리는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이 나라를 일으켜 세웠고, 월남의 정글에서 피 흘리고 열사의 사막에서 땀 흘리며 피와 땀과 눈물을 쏟아 오늘에 이르렀다”면서 한강의 기적의 재연을 다짐했다.


하지만 미래연합의 역사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2년 11월19일 정치인 박근혜는 당대 당 통합 형식으로 한나라당에 복당했다. 한나라당 쪽에서 대선을 앞두고 표심 분산을 우려해 합당을 서두른 측면도 있지만 미래연합의 미래가 불투명한 결과였다.


이날 합당으로 정치인 박근혜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적이 바뀌었고 2002년 대선 출마의 꿈도 사라졌다. 미래연합 창당과 한나라당 복당, 불과 6개월 사이에 벌어졌던 정치인 박근혜의 선택은 현실 정치의 높은 벽을 확인한 채 실패로 막을 내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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