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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핫플 보고서] 한창 뜨거웠던 '핫플'… 열기 식고 나니 '콜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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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 집 건너 한집 꼴로 '임대'… 빈 점포 수두룩한 압구정동 · 삼청동
압구정 로데오, 임대료 많이 내려 강남 최저 수준… 주말에도 한산
삼청동은 '블루보틀' 오면서 활력 기대

▲ 지난 21일 찾은 압구정 로데오 거리. 덥고 습한 날씨이지만 주말 오후인데도 사람이 거의 없이 한척한 모습이다. (사진=이춘희 기자)

▲ 지난 21일 찾은 압구정 로데오 거리. 덥고 습한 날씨이지만 주말 오후인데도 사람이 거의 없이 한척한 모습이다. (사진=이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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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지난 주말 찾은 서울 '압구정 로데오 거리'.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주말이라고 말하기 무안할 정도로 한적했다. 메인거리에 위치한 상점이나 카페 내부는 텅 비어 있었고 '임대문의' 현수막이 걸린 점포도 곳곳에 있었다. 같은 시간 한창 붐비고 있는 강남역 일대와 달리 '핫 플레이스(Hot Place, 핫플)'의 위용은 찾기 힘들었다. '핫플'보다는 되레 차게 식은 '콜드 플레이스'에 가까워보였다.


과거 압구정은 서울의 대표적 핫플이었다. 맥도날드 1호점 등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한국 최초 매장을 압구정 로데오에 내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로데오 거리를 찾았던 프랜차이즈들이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이라는 거친 로데오의 흔들림을 버티지 못하며 분위기가 뒤집혔다. 2007년 로데오 메인거리 입구에 위치해있던 맥도날드 1호점이 문을 닫은 건 시작이었다. 그 자리를 꿰찬 유니클로도 2017년 로데오를 떠났다. 이 곳은 유니클로가 떠난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빈 점포로 남아 있었다. 메인거리 안쪽으로 걸어가면 사정은 더 심각했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빈 상가 건물이 수두룩했다. 핀란드 캐릭터 '무민' 카페는 지난해 4월 문은 닫은 후 빈 채로 남아있고 뉴발란스의 주요 점포 중 하나였던 압구정점에도 '임대' 안내가 걸려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신사동 A공인중개사 대표는 "이 정도도 주말이라 사람들이 있는 편"이라면서 "임대료가 가파르게 올랐는데 찾는 사람은 없으니 모두 빠져나간거 아니겠냐"고 했다. 그는 "그나마 임대료가 꽤 내렸다. 3.3㎡당 월 20만~25만원 선으로, 강남에서는 가장 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임대료가 낮아지면서 조금씩 회복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날이 어두워지자 맛집을 찾는 손님들이 조금씩 나타났다. 이태원에서 시작한 수제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는 붐볐고 트럭 방수포 재활용으로 유명한 '프라이탁' 매장에도 손님들이 제품을 구경하며 이모저모를 묻고 있었다.


이날 친구와 로데오거리를 찾은 김모(30)씨는 "몇 년 전에는 더했다"며 "바닥을 칠만큼 쳐서 조금 올라가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신사동 B공인중개사 대표도 "그래도 최악은 지난 것 같다. 다른 곳에서 유명한 소형 프랜차이즈들이 하나둘 넘어오고 있다"며 최근 로데오거리에 진입한 몽고네, 백곰 막걸리 등의 맛집을 나열했다. 그는 "침체된 압구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어딜 가나 성공할 것이란 자신감을 가진 브랜드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 삼청동 카페거리를 걷다보면 '점포정리' '폐업정리' 등을 내걸고 할인 판매를 하는 매장을 자주 볼 수 있다.

▲ 삼청동 카페거리를 걷다보면 '점포정리' '폐업정리' 등을 내걸고 할인 판매를 하는 매장을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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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핫플인 종로구 삼청동에서도 예전 열기를 찾기 힘들었다. '임대' 현수막을 내건 건물이 서너 집에 한 집 꼴로 보였다. 그나마 영업중인 곳도 '점포정리' 등을 써붙이고 할인 판매를 하고 있었다. 분식점을 운영하는 C씨는 "주말에는 좀 손님이 오는데 평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고, 관광 안내원 D씨도 "가게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삼청동 C공인중개사 이사는 "특색없는 화장품, 공방들만 잔뜩 들어서는 데 여길 왜 오겠나"며 한 숨을 내쉬었다. 그는 "인건비, 재료비 비중이 높은 음식업은 버틸 수 없다"며 임대료가 오르니 고정비 낮은 업종만 버틴다고 분석했다. 그는 "진짜로 특색을 갖춘 가게들이 와서 활력을 다시 불어넣고 사람들이 되찾아 오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침체된 삼청동에서도 예외인 곳이 있었다. 최근 문을 연 '블루보틀' 2호점 앞에는 40여명의 손님들이 땡볕 더위를 마다한 채 줄을 서 기다리는 등 활기가 돌고 있었다. 인근 빵집 점원 F씨는 "요즘 파란 병 로고 쇼핑백을 든 채 오는 손님들이 많다"며 실제 분위기를 전했다. 삼청동 D공인중개사 관계자도 "블루보틀이 들어오고 나서 사람이 많아진 느낌"이라며 "대체 뭘 팔길래 그렇게들 파란 병 그려진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지 모르겠다"고 궁금해 했다. 그는 "최근 외국 관광객들만 왔는데 (블루보틀) 덕분에 한국인들이 다시 찾는 것 같다"며 "다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조금은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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