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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핫플 보고서]서울 상권이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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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동산·SNS 등 돌발변수 등장
치솟는 임대료에 마케팅정략 다양화

[2019 핫플 보고서]서울 상권이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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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서울의 '핫 플레이스'가 급변하고 있다. 전통상권이 쇠퇴하고 신흥상권이 부상하는 과정에서 핵심상권의 공간적 개념이 점차 축소되는 시공간적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기존 산업의 몰락과 부동산의 시세변화, 외식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경쟁 등이 상권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면서 서울 도심 내 상권지도가 시시각각 재편되고 있다.


◆○(공간), →(길), ㆍ(스팟)으로 이어지는 서울 상권의 차원변화= 1990년대 들어 서울 상권의 핵심지는 압구정 로데오와 홍대, 명동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공간이었다. X세대 패션피플들은 압구정 로데오로 모였고 음악적 감수성이 풍부한 청춘들은 홍대앞을 주로 찾았다. 명동은 1960년대부터 이 두지역이 결합된 형태인 청바지와 통기타로 대변되는 명실상부 서울 상권의 중심이었다. 당시 상권은 사람들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하나의 큰 장(場)이었으며, 그곳에 들어선 상가들도 대체로 그 공간의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큰 파고를 두번 넘으면서 서울 상권 지형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000길'이라는 형태의 골목상권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신사동 가로수길이 유명세를 탄 이후 2012년 '-리단길'의 원조인 이태원 '경리단길' 상권이 형성됐다. 이후 연남동 '연리단길', 망원동 '망리단길', 송파동 '송리단길', 봉천동 '샤로수길' 등이 잇따랐다. 과거엔 넓은 공간을 아우르는 면(面) 형태의 상권이었다면 현재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선(線)의 형태로 모습이 바뀐 것이다.


그런데 최근엔 상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허물어지고 있다. 상권(商圈)이라는 단어에서 경계ㆍ구역을 의미하는 '권(圈)'이 사용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상권은 공간이든 길이든 하나의 집합 단위였다. 하지만 이제는 일종의 스팟(점) 형태로 등장하는 하나의 상점이 그 일대의 정체성을 전복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쉑쉑버거'와 '블루보틀'이다. 이들의 국내 1호점 개점 풍경은 단순 미국 유명 외식브랜드 하나가 들어온 것 이상이었다. 폭발적 인구유입 효과, 주변 부동산 시세에 미친 영향, 대중의 반응 등에서 일시적일 수 있지만 상당한 파급효과를 낳고있다.


마포구 연남동 인근 한 상가골목.

마포구 연남동 인근 한 상가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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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핫플을 만드는가=서울 상권이 일련의 진화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은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더불어 부동산 여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결정적이었다.

서울 도심 내 젊은 층에서 최근 가장 핫한 상권으로 평가받는 성수동 카페거리 일대는 1970~80년대의 경공업 중심지로 주로 수제화 제조업체나 인쇄소가 밀집해 있었다. 금강, 에스콰이아, 엘칸토, 미소페 등 국내 명품 구두브랜드도 모두 이곳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기가 침체되고 해외 저가 브랜드가 유입되면서 성수동 제조업은 내리막을 걸었다. 이에 공장들이 하나 둘 서울 밖으로 이전하면서 텅 빈 창고나 건물이 늘어났다. 그러다 젊은 예술가들이 임대료가 싼 건물을 찾아 하나 둘 들어와 카페나 공방 등을 열면서 일대는 특색있는 모습으로 변화했다. 최근 몇 년 새 신흥 상권으로 자리잡은 을지로2가 일대는 인쇄업, 문래동 해방촌은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성수동과 비슷한 과정으로 탄생했다.


부동산 여건과 관련해선 어떤 요인이 신흥상권 형성에 기여했을까. 부동산 여건은 임대료나 공실률, 자본수익률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달 서울 38개 상권을 대상으로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 및 투자여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량상권은 서울대입구역, 왕십리, 신림역, 홍대ㆍ합정, 강남대로 순이었다. 샤로수길이 위치한 서울대입구역의 경우 공실률이 0.6%로 가장 낮았고 연간 임대료 상승률은 5.3%로 가장 높았다. 서울대입구역의 상권 우량도는 2013년 14위였으나 지난해 말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일평균 유동인구가 11만명에 달하는 서울 동북부의 요충지 왕십리의 경우 임대료 상승률이 5.3%로 두번째로 높았으며 부동산 시세 증감에 따른 자본수익률은 6.4%로 가장 컸다. 반면 전통적인 핵심 상권이었던 동대문, 신촌, 논현역, 이태원 등은 하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동대문의 공실률은 13.3%로 38개 상권 중 3번째로 높았고 자본수익률도 2.6%로 서울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온라인 소비채널 확대로 상가 고객수가 급감한 게 원인이었다. 성지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태원은 미군부대 이전으로 이국적 분위기를 대표하던 고유성이 퇴색되면서 대형 프렌차이즈와 일반 점포수가 크게 줄었다"면서 "지역별 점포수를 2년 전과 비교하면 서울 전체 점포수는 1.2% 감소했으나 이태원은 4.4%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SNS를 통한 상점 마케팅 전략이 발전한 것도 위성상권이 비교적 쉽게 안착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밀려 나온 임차인이나 특색있는 장소에서 새롭게 창업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예비창업자들이 SNS를 통해 상권 비활성화 지역에서도 성공한 사례가 하나 둘 생겨났다. 여기에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인증샷 욕구, 리뷰어들의 바이럴마케팅, 유튜버를 비롯한 인터넷 방송 콘텐츠 등이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면서 SNS는 이제 상권의 형성과 확산에 있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위원은 "맛집이나 카페 등 이른바 핫플이라고 부르는 장소에 대한 검색은 대부분 SNS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상권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20~30대 여성은 예쁜 카페, 50~60대 중장년층은 고즈넉한 공간을 좋아하는데 이런 세대 특성을 잘 맞춘 상권이 성장하고 오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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