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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세권'에 이어 '블세권'… 카페를 보면 상권이 보인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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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중인 성수동·삼청동 입점한 블루보틀… 유동인구 늘며 파급효과
스타벅스는 주요 상권 위주 입점… '허브 앤 스포크' 전략 구사

▲ 16일 오후 궂은 날씨에도 블루보틀 삼청점 앞에 50여명의 고객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 16일 오후 궂은 날씨에도 블루보틀 삼청점 앞에 50여명의 고객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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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최근 수익형 부동산시장에서 '블세권'이 주목받고 있다. 블세권은 커피전문점 '블루보틀' 입점 인근 지역을 일컫는 신조어로, '스세권'(스타벅스 인근 지역)에서 파생됐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블루보틀이 입점한 성수동과 삼청동 일대의 유동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한때 젊은 층이 몰리는 신생 상권으로 떠올랐지만 이내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이 일어나며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었다.

하지만 '블세권'으로 떠오르며 두 지역은 다시 활력을 찾는 모양새다. 성수동 A공인 대표는 "(블루보틀 앞에) 항상 줄 서서 기다리는 대기 손님들이 많고 동네에도 사람이 늘었다"며 "온 김에 주변을 둘러보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B부동산 관계자도 "블루보틀에서 커피를 산 후 서울숲 상권을 찾는 등 파급효과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날 방문한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는 파란 병이 그려진 블루보틀 커피 컵을 든 채 주변 상점을 방문하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블루보틀에서 산 '굿즈'가 담긴 쇼핑백을 든 채로 옷을 고르거나 테이크 아웃한 커피와 함께 마실 빵을 다른 빵집에서 사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빵집 점원은 "오는 손님 5명 중 1명은 블루보틀 컵이나 쇼핑백을 들고 온다"고 말했다.


주변 상가에서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파급 효과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는 블루보틀만의 독특한 매장 철학에 있다. 블루보틀 내부에는 장시간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대부분 딱딱한 의자가 놓여 있고 와이파이나 충전기를 꽂을 플러그도 없다. 이른바 '노 와이파이 노 플러그'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이들)이나 '코피스족'(카페에서 일하는 이들)이 생기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주변 상가에서는 테이크아웃 방식의 블루보틀 매장 운영 전략이 방문객 분산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현재 블루보틀 삼청점에서는 인근의 명소·맛집 등의 정보를 담은 '커뮤니티 맵'을 배포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 현재 블루보틀 삼청점에서는 인근의 명소·맛집 등의 정보를 담은 '커뮤니티 맵'을 배포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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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커뮤니티와의 조화를 지향하는 블루보틀의 특성도 이런 기대에 힘을 더한다. 블루보틀은 현재 삼청점에서 ‘커뮤니티 맵’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도쿄 나카메구로(中目?)점 등 일본에서도 만들어졌던 지도로 주변의 맛집·명소 등을 직접 해당 점포의 점원들이 조사해 만든다.


지방자치단체도 블루보틀의 위력에 주목하고 있다. 성수동이 속한 성동구는 지난 5월 블루보틀과 주민·상인을 위한 바리스타 교육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추진 등의 내용이 담긴 상생협약을 맺었다. 이어 지난달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 진단 및 평가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 '블루보틀 입점에 따른 주변 상권 파급효과 분석을 통한 대응전략 마련'을 과업에 명시하기도 했다. 블루보틀의 일본 운영 사례도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아직 '블세권'의 영향력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삼청동 C공인 이사는 "지금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한국 관광객이 줄어든 상황에서 한국인들이 다시 찾기 시작했다는 것은 호재"라면서도 "젠트리피케이션 자체는 음식점이나 카페가 줄고 특색 없는 화장품 소매점들이 입점하기 때문인 만큼 가게 하나가 바꾸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색있는 점포가 함께 더 들어오지 않는 한 파급력을 평가하긴 이르다"고 덧붙였다.


한편 '커피 브랜드 세권'의 원조인 '스세권'을 만들어낸 스타벅스는 주요 상권에 밀집해 입점하는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의 입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축을 중심으로 바큇살이 뻗어나가는 자전거 바퀴 모양에서 유래한 이 말은 ‘축’에 집중적으로 점포를 출점해 인지도를 높인 뒤 점포를 파급해나가는 전략이다. 구 전체가 고가의 업무·주거지역인 강남과 서초, 중구를 제외하면 많은 스타벅스 점포가 자치구 내에서도 주요 상권에만 밀집해 입점한 경우가 많았다. 영등포구의 경우 여의도동에만 19곳이 입점해있고, 서대문구는 21곳 중 11곳이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위치한 신촌 대학가 일대에 집중됐다. 금천구와 구로구의 경우도 각각 10곳 중 7곳과 6곳이 가산, 구로디지털단지에만 들어서 있다. 소위 '잘 나가는 곳'에만 집중적으로 입점한 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스타벅스 입점 건물은 좋은 투자처로 각광받는다. 스타벅스는 입점 시 월 순매출액의 일부를 임대료로 지급하는 계약을 자주 맺어 임대수익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또 스타벅스 입점은 건물 가치 상승에도 큰 호재로 작용한다. 지난달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한 건물을 매입하는 사모펀드가 출시돼 빠른 속도로 완판됐고 하정우, 박명수 등 유명 연예인들의 스타벅스 입점 건물 매입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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