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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1만步보다 빠릿빠릿 7000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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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1만步보다 빠릿빠릿 7000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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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만보'는 만보기 회사 마케팅일뿐…건강한 걷기 공식 따로 있다

-한국 성인 걷기실천율 2005년 60.7%에서 2017년 39%까지 떨어져

-30대 34.7%, 40대 37.2%로 특히 저조

-영국선 '하루 10분' 빠른 걸음 추천

-전문가들 하루 7000보 이상 권해…하루 30~60분, 주 5일 이상해야 도움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직장인 정우진(남ㆍ40세)씨는 최근 부쩍 몸이 무거워진 것 같아 가까운 거리는 되도록 걷기로 했다. 결심을 다잡기 위해 휴대전화에 만보기 애플리케이션(앱)도 깔았다. 하지만 출퇴근길, 점심시간에 열심히 걸어도 하루에 만보를 걷기 어려웠다. 그런 그에게 직장 동료는 "만보기 회사의 마케팅 전략일 뿐 하루에 만보를 꼭 걸어야 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렇게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정 씨는 그 말을 듣고 혼란스러웠다.

걷기 운동은 별다른 기구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라 인기가 많다. 허리나 무릎, 발 등 관절에 무리한 하중을 주지 않아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걷기부터 해볼까"라며 걷기 운동을 택하게 된다. 만보기나 앱을 통해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수시로 체크하며 하루에 적어도 만보를 걸어야 건강에 좋다는 고정관념도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만보를 걸어야 좋은 것은 아니다. 김원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하루에 중등도 강도 이상으로 7000보 이상 걷는 것이 좋다"며 "하기 어려운 경우 안 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걷는 것이 도움이 되는 만큼 일단 걷기 시작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전신에 영향 미치는 유산소 운동"= 우리나라 성인은 평소 잘 걷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걷기 실천율은 2005년 60.7%에서 꾸준히 떨어져 2017년 39.0%에 불과했다. 걷기 실천율은 최근 주 5일 이상 하루 30분 이상 걷기를 실천한 비율을 말한다. 특히 30~40대는 이 비율이 60세 이상 노년층을 제외하고 다른 연령대보다 더 낮았다. 30대의 걷기 실천율은 34.7%, 40대는 37.2%에 그쳐 신체활동 부족이 심각했다.


걷기 운동은 단순한 저강도 유산소 운동이 아니다. 걷기는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체중 및 체지방 감량에 도움이 된다. 몸무게 80㎏인 사람이 하루 30분만 걸어도 200㎉가 소모된다. 이는 닭가슴살 200g이나 사과 350g, 바나나 200g의 칼로리와 같다.

하체 근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신 근력을 강화할 수 있다. 경사가 있는 언덕을 걸으면 엉덩이 근육과 복근 강화에도 좋다. 각종 질환 예방과도 연결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치료하고 예방한다. 하루 30분간 꾸준히 걷기 운동을 하면 고혈압 조절과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폐지구력 향상, 암과 골다공증 예방 등에도 효과가 있다.


홍순성 자생한방병원장은 "걷기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유방암, 자궁암에 걸릴 확률이 낮다"면서 "낮에 야외에서 걷기 운동을 하면 비타민D 생성이 늘어나 골밀도가 증가할뿐더러 비타민D가 면역력 증강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만보기는 마케팅 산물= 흔히 걷기 운동 하면 만보기를 떠올린다. 그만큼 하루에 1만보 걷기가 건강으로 직결되는 지름길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하루에 1만보 걷기는 1960년대 일본 만보기 회사의 마케팅 전략이었다.


'1만보 건강론'은 1960년대 일본에서 성인 비만 해결책의 일환으로 제시됐다. 요시노 하타노 일본 규슈대 교수는 당시 일본 성인들이 하루 평균 3500~5000보를 걷는데 이를 1만보까지 늘리면 평소보다 20~30% 칼로리를 더 소모해 비만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64년 열린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그의 주장은 전 세계로 퍼졌다. 한 제조업체에서 걸음 수를 측정해주는 만보기를 개발, 그를 내세워 하루 1만보 걷기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쳐 크게 유행했다.


걷기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하루에 꼭 1만보를 걸을 필요는 없다. 미국 대통령 자문 신체활동·스포츠·영양위원회는 6~17세는 하루 1만2000보 이상을, 성인은 8500보 이상 걷기를 권고한다. 영국 국민의료보험(NHS)에서는 '액티브 10'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거리를 재지 않고 하루 10분 정도 빠른 걸음으로 심박수를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국 셰필드할람대학교 연구팀은 하루 1만보를 걷는 그룹과 하루 3번 액티브 10 운동을 하는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다. 그 결과 하루 3번 액티브 10 운동을 하는 그룹은 3000보가량, 2.4㎞를 걸어 만보를 걷는 그룹(8㎞)보다 순수 운동량에서 뒤쳐졌다. 그러나 활동량을 따졌더니 액티브 10 그룹이 중고강도 신체활동을 30%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박동, 호흡 등에서 더 많은 변화를 보였기 때문. 액티브 10 그룹이 짧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운동 효과를 얻은 셈이다.


◆전문가 "중증도로 하루 7000보 이상"=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하루에 평균 2000보를 걷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하루 7000보 이상 걷기를 권한다. 시간은 걷기 강도에 따라 다른데 중증도 강도 이상이 좋다. 중증도 운동 강도는 걸으면서 옆 사람과 대화하기 약간 어려운 정도 또는 약간 숨이 찬 정도를 말한다. 중증도 강도로 운동을 하면 하루 30~60분, 주 5일 이상 하면 도움이 된다. 한번에 30분 이상 하기 어렵다면 10분씩 나눠서 하는 방식 등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이러한 강도로 유지하려면 빠른 걸음 이상의 운동을 해야 한다.


처음 1~2주는 운동 목표량만큼 걷지 못하더라도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 좋다. 걷기가 익숙해지도록 가볍게 시작하고 운동이 몸에 익으면 목표한 거리와 시간을 조절한다. 의지만 앞서 무리하게 운동을 할 경우 근육이나 무릎, 허리 등에 통증이 생길 수 있으니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계획을 짜도록 한다.


김 교수는 "걷기와 달리기는 기본적으론 같은 운동이고 강도에 따라 연장선상에 있다"면서 "평소에 운동을 자주 하지 않던 사람이나 비만인, 만성질환자, 노인, 혈압이 높거나 심장질환이 있다면 걷기부터 시작하고 점차 적응이 되면 가볍게 달리기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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