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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아니라 '기획 귀순'…軍, 삼척 '노크 귀순' 의도적 은폐 의혹

최종수정 2019.06.19 14:35 기사입력 2019.06.1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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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어선, '표류' 아니라 의도적인 '기획 귀순'이었던 것으로 확인
어업 목적으로 보이기 위해 소형 어망 휴대…먼바다 돌아 입항
軍 그동안 침묵 지키다 현장 사진·증언 공개되자 돌연 입장 변경
정경두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엄정하게 책임져야 할 것"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에 정박했다고 KBS가 18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 어선이 삼척항 내에 정박한 뒤 우리 주민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KBS)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에 정박했다고 KBS가 18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 어선이 삼척항 내에 정박한 뒤 우리 주민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KBS)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지난 15일 북한 어선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것은 기관 고장으로 인한 '표류'가 아니라 의도적인 '기획 귀순'이었던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치밀하게 기획된 귀순에 육ㆍ해군의 해안경비가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표류하던 북한 어선을 삼척항 앞바다에서 발견해 예인했다고 사실상 인정해온 군과 국방부도 조직적인 사건 은폐ㆍ축소에 가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엄정하게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 모두 발언에서 "100가지를 잘해도 한 가지 경계작전에 실패했다면 우리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장관은 또 "전력 운용 부분의 문제점을 식별해 조기에 적시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며"장비 노후화를 탓하기 전에 정신적 대비태세를 굳건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관계 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북한 선원 4명을 태운 소형 목선은 애초에 의도적인 귀순 목적으로 출항했다. 북한 당국에는 어업 목적으로 보이기 위해 소형 어망도 휴대했다. 목선은 남북의 감시를 피해 울릉도 인근 먼바다까지 나갔다가 기상 악화로 잠시 표류했다.


이후 이들은 엔진을 다시 켜서 남한에서 가장 가까운 삼척항으로 향했다. 북한 선원들은 어두운 야간에 해안으로 진입하면 한국 군이 대응 사격을 할 것을 우려해 삼척항 인근 먼바다에서 엔진을 끄고 대기하다가 날이 밝고 나서야 방파제 인근 부두로 입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어민들이 이미 삼척항으로 들어오는 루트를 인지했고 군 경계망은 이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셈이다.


오전 6시50분께 삼척항 주민들이 부두에 접안한 북한 선박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그제서야 군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다. 당시 북한 선원은 "어디서 왔느냐"는 우리 어민의 질문에 "북에서 왔다"고 답했다. 일부는 탈북한 친척에게 연락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9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2019년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9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2019년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귀순은 2015년 북한군 병사가 귀순을 시도할 당시 비무장지대(DMZ)에서 날이 밝길 기다렸다가 넘어온 것과 매우 비슷하다. 때문에 해상판 '노크 귀순'이나 '대기 귀순'이란 지적도 나온다. 합동심문조의 조사 결과 북한 선원 4명 중 2명은 탈북을 결심한 상태에서 배에 올라탔다. 귀순 의사가 없었던 2명은 어떨결에 이들을 따라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귀환 의사를 밝힌 2명은 18일 북한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NLL을 넘어오기 위해 어선을 물색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실제 공개된 당시 현장 사진을 보면 식량이나 옷가지로 추정되는 물건들이 물에 젖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닐에 넣어 묶기도 했다.


어선에 타고 있던 일부 주민은 북한군 특수부대 군복을 입고 있었지만 군은 특이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군 관계자는 "선원 4명은 모두 민간인으로 판명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전역한 군인이거나 훈련받은 민간인일 가능성에 대해선 "확인이 안된다"고 답했다.


북한 목선이 야간에 NLL에서 직선거리로 130㎞ 떨어진 삼척항 부두까지 오는 동안 군 당국이 전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해안경비가 뚫렸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군은 이 같은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삼척 주민들의 증언이 공개될 때까지 '기관 고장으로 인한 표류'나 '해상에서 발견'으로 설명한 만큼 거짓 해명 논란도 일 전망이다.


군 안팎에선 군이 해상판 '노크 귀순'에 경비가 뚫린 것을 숨기고, 귀순으로 인한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축소ㆍ은폐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은 그동안 목선이 작고 파도가 높았던 상황에서 배가 해류와 같이 저속으로 움직여 레이더에 식별이 안됐다고 설명했다. 경계태세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다.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에 정박해 있었고, 주민이 112에 신고하고서야 식별됐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사진은 북한 어선이 정박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삼척항 부두 맨 끝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에 정박해 있었고, 주민이 112에 신고하고서야 식별됐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사진은 북한 어선이 정박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삼척항 부두 맨 끝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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