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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 이해진 "압박에 눈물 펑펑..'악플'에 상처도"

최종수정 2019.06.19 16:21 기사입력 2019.06.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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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대중 강연 나선 이해진, 네이버 20주년 소회 털어놔
"'은둔형' 수식어 떼어줘"…내성적이어서 외부 활동 소극적
원피스·나루토 보고 스트레스 풀어…"네이버 잊혀지는 게 성공"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제공=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제공=스타트업얼라이언스)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힘들 땐 소년만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댓글을 챙겨보다가 상처도 받지요."


5년 만에 강연 무대에 올라서일까. 네이버 출범 20주년이라는 각별함 때문일까.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고 소탈했다. 넥타이 없이 가벼운 정장 차림에 가방을 메고 행사장에 나타난 그는 1시간 30분간 강연하는 내내 인간적인 면면을 드러냈다. 자산규모 5조원의 리더라기보다는, 절체 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는 압박감에 눈물을 흘리고 '악플'를 보면 상처를 입고 만화책을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인간 '이해진'의 모습이었다.


◆"은둔형 경영자 아냐"=이해진 GIO는 18일 한국사회학회와 한국경영학회가 공동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가했다. 2014년 이후 5년만에 등장한 대중강연 자리였다. 그는 '은둔형'이라는 수식어에 손사래를 쳤다. 이 GIO는 "매일 회사로 출근해 직원들과 같이 엘레베이터를 타며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은둔형이라고 하더라"며 "어떤 이들은 나를 처음 보고 '멀쩡하시네요'라는 말까지 꺼냈다"고 웃어보였다.


그는 스스로를 '내성적인 성격'으로 평가했다. 이 GIO는 "보통 최고경영자들이 외부 활동을 활발히 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편으로 알려졌고, 나도 그런 면에서 컴플렉스가 있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다"며 "야구타자들이 각자의 스윙이 있는 것처럼 각자의 스타일이 있다. 중요한 것은 사업에 대해 고민하고 끝없이 단점을 보완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식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정보기술(IT)업계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생각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 GIO는 "생각이 계속 바뀌는데 감히 밖에서 인터넷이 이렇다 저렇다 밝히는게 맞나 싶었다"며 "생각이 바뀐 뒤에도 예전 생각만 갖고 비춰지는게 걱정되고, 그렇다고 외부활동을 자주 하기에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행사에 등장한 것은 20주년이라는 시간에 의미를 뒀기 때문이다. 올해는 네이버 창립 20주년이다. 이 GIO는 "20년이란 시간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그 간의 경험을 공유하고 정리된 생각을 털어놓고 싶었다"고 했다.


◆ "압박감에 남몰래 펑펑 울어"=이 GIO의 가장 큰 고민은 의사결정의 부담감이다. 그는 "(이 자리가) 많은 걸 누리고 편한 것처럼 보이지만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라며 "더 이상 누군가에게 떠넘길 수 없는, 뒤에 누가 없는 의사결정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2011년 6월 메신저 '라인' 개발은 사업가 인생 20년간 가장 힘든 결정이었다. 이 GIO는 "일본에서 10년 넘게 함께 고생한 사람들도 연이은 실패로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며 "그런 상황에서 동일본 지진이 발생했고, 고층빌딩이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휘청거렸다"고 회상했다. 더 큰 여진이 90% 확률로 발생한다는 상황에서 사업을 계속할지 판단해야 했던 것이다.


이 GIO는 당시를 '책임감에 압도된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안전을 생각하면 철수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10년 간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어 극도의 압박감에 사무실 방에서 혼자 펑펑 울었다"며 "팀원들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반은 떠나고 남은 반은 남아 라인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탄생한 라인은 통신망조차 마비된 당시 유일한 연락수단이 됐다. 그 결과 일본의 '국민메신저'가 됐고, 향후 네이버의 금융 플랫폼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지금은 일본 정부의 '현금없는 사회' 정책 기조 안에서 라인페이와 네이버페이를 결합해 간편결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라인뱅크' 설립을 위해 라인파이낸셜에는 6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투입됐다. 명실상부한 네이버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네이버가 잊혀지길 바랍니다"=이 GIO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소탈했다. 만화책 감상이다. 주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약자가 강자를 이겨내는 전개를 선호했다. 그는 "지나친 권력과 강한 회사에겐 반감이 드는 성격이라 작은 주인공이 큰 적을 때려 눕힐 때 스트레스가 풀렸다"며 "나루토, 원피스 등 거대한 적과 싸워서 이겨내는 소년 만화들이나 열혈강호, 용비불패 등 무협 만화를 즐겨 봤다"고 털어놨다.


이 GIO의 최종 목표는 네이버가 잊혀지는 시대다. 이 GIO는 "유튜브 등 구글의 인기 서비스는 모두 외부에서 인수된 것이지만 네이버의 라인, 스노우, 웹툰 등은 모두 내부에서 발현한 것"이라며 "자회사들이 네이버보다 커져서 네이버가 잊혀지고, 이후에는 손자회사들이 자회사보다 더 커지는 그런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이 GIO는 서울대 전산기계공학과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산학과 석사 과정을 마친 뒤 1992년 삼성SDS에 입사했다. 이후 1999년 검색포털 네이버를 창업했다. 2000년 삼성SDS 동기였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한게임을 인수했다. 2002년 지식인 서비스를 개시하며 포털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이후 네이버의 대표, 최고전략책임자(CSO), 이사회 의장 등을 거쳐 현재는 해외 투자를 총괄하는 GIO 직을 맡고 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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