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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성경륭 "포용정책 성과 양호…혁신경제 빠른 전환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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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소외계층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저출산·고령화 대응위한 증세해야…청년 기본소득 도입도 고려"

인터뷰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인터뷰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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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을 비롯한 26개 국책연구기관을 이끌고 있는 성경륭 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우리 경제를 빠른 속도로 혁신경제로 전환하도록 만드는 게 현재로서는 최고 순위의 과제"라고 말했다. '포용'과 '혁신'이라는 두가지 정부 기조 가운데 '혁신'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성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포용국가론'의 밑그림을 그린 학자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청와대 정책 실장을 지냈다. 다만 그는 포용과 혁신의 가치가 충돌할 때는 포용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이사장은 지난 1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질적인 부분은 따져봐야겠지만 그동안 정부가 포용정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최근까지 양호한 성적을 내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하며 "이제는 혁신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이 지표상으로는 성과가 감지된 만큼 지금부터는 혁신을 통한 신산업을 강화해 우리의 경제체질을 전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지금은 수출, 생산, 산업 구조전환, 미중 갈등 등 여러가지 면에서 그동안의 경제 상황과 다르다"며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최고 수준으로, 세계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취약도가 높다. 특히 미ㆍ중 무역전쟁이 엄청난 충격 주고 있다"고 설명한 후 "우리 내부적으로는 구조조정 등으로 제조업이 줄어들고 있고 아직 신산업은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 현 단계는 혁신적 성장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 상황 매우 심각…혁신적 성장에 집중해야"=성 이사장이 생각하는 혁신은 현재의 이해관계에 구애받지 않는 수준까지 고도화를 가리킨다. 최근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는 일부 신(新)사업이 갈등을 빚자 "혁신을 추진하되 그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기술은 엄청나게 노력해 현재의 이해관계에 구애받지 않은 별개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반면, 일부 혁신은 수많은 당사자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언급했다. 음식, 배달앱을 언급하면서 "한번 배달하면 1000~2000원을 받는데, 이런 기술 혁신의 퀄리티는 어떤가. 배달하는 사람은 저임금에 시달린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혁신의 길을 막을 거냐고 반문할 게 아니라 혁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냐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판 우버인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을 염두에 둔 듯 "혁신이 새로운 시장을 열지만 논쟁이 될 때는 겸손해야 한다"며 "지금 보면 고개 들고 '우리 혁신하는데 뭐가 문젠가' 하는 식의 논쟁이 있는데, 기술을 더욱 개발해 그런 부작용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 이사장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규제하지 말고 세금 적게 매기라'는 주장이 많은데,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는 약육강식의 정글이 된다"면서 "정말로 역량있는 분들이 뛰어난 기술, 세계 존재하지 않는 기술을 개척해 신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혁신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혁신을 통해 이익을 보는 쪽에서 일정부분을 공유해야 한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혁신한다는 것은 수준에 따라, 그리고 내용에 따라 이해관계자간 갈등이 많습니다. 혁신 통해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집단이 있는데, 그런 손해를 누가 부담합니까. '우리는 혁신했으니 이익을 모두 독차지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니네가 부담해라'는 식의 관점이 옳다고 할 수 있나요. 이익보는 사람이 일부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형태로든지 기본 생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성 이사장은 '포용과 혁신의 가치가 충돌하는 것 같다'는 지적에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혁신과 포용 중에 선택을 해야 한다면 포용을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포용'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약자를 보호하는 키워드다. 사회보장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룬 북유럽 국가들을 거론하며 "우리가 이들 나라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복지수준 높이는 것과 동시에 교육, 혁신활동, 창업이 활발하다는 점"이라면서 "무조건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작동 원리를 찾아 우리 나름의 모델을 만들어 성과를 낼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포용과 혁신을 추진하는데 있어 시장 뿐 아니라 국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이사장은 "시장 변화에 따라 기업과 노동자들은 유동성을 갖게 되는데, 시장에만 맡긴다면 강한 기업과 학력 높고 유리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살겠지만 나머지는 거의 재계약이 힘들다"면서 "약자를 책임지는 것은 국가"라고 말했다. 사회 변화를 감지해 사전적으로 교육훈련을 받도록 하고 기업도 대비하도록 만드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방향을 전환해 사전에 기업주나 경영진을 교육한다면 많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용 지원금을 통해 일자리 유지하게 하거나 실업 상태에서 끊임없이 교육훈련을 받도록 하는 시스템을 플렉시큐리티(flexicurityㆍ유연성과 안정성의 영어 합성어) 모델이라고 합니다. 시장의 요구는 플렉시빌리티(유연성)지만 국가는 기본적인 생계가 될 수 있도록 시큐리티(안전성)도 챙겨야 합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 대비 증세 논의 불가피"=성 이사장은 이런 틀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증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견해에 "인공지능(AI)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실업 같은 사회 소외 현상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위험"이라고 답했다. 누구도 소외계층에서 예외가 될 수 없는 현실에서 공생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현실로 닥친 저출산, 고령화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증세를 포함한 사회적 과제 논의는 더욱 절실하다고 밝혔다.


"출산을 뒷받침하는 정책이 성공하려면 청년 고용 늘어나야 합니다. 고령자는 어떤가요. 40~50대의 연령대별 평균 인구가 80만명입니다. 앞으로 매년 80만명이 노인으로 들어간다는 얘깁니다. 1분위(소득하위 20%) 대부분이 고령자입니다. 세금을 높이고 복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성 이사장은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견해도 반박했다. 그는 "출산율은 시장의 크기를 결정한다. 인구는 2028년까지 증가하지만 저출산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인구가 감소하는 무서운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시장이 줄어드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세금을 더 내지 않고 노동자 보호에 무관심하다면 모두가 죽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이사장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면 젊은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기본소득은 누구나 경쟁에서 소외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복지장치다. 일부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다. 그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로, 올해가 지나면 연간 신생아수 30만명선이 붕괴된다"면서 "월 100만원씩, 적어도 5년간 지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포용과 혁신정책 추진이 생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는 현실에 답답해 하는 모습도 보였다.


"우리 모두는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이기심과 단견성 때문에 이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가장 여운을 남긴 말이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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