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AD]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기고] 신뢰의 공간

최종수정 2019.06.17 12:00 기사입력 2019.06.17 12:00

댓글쓰기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

자산운용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개인 고객뿐만 아니라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처 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30분가량 투자 관련 설명을 진행하고 10분 안팎으로 질의와 응답 시간을 갖는다. 질문을 받았을 때 가장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 있다. 주식시장과 관련한 질문이다. "앞으로 주식시장이 올라가나요? 아니면 내려가나요?"라는 질문을 받는 순간 얼버무리고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면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진다.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답변하지 마시고 꼭 짚어주셔야죠." 겉으로는 웃을 수밖에 없지만 마음 속으로는 결사적으로 답변을 회피하고자 울고 싶은 심경이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는 시장이 올라갈지 내려갈지, 정말 모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알 수 없는 것을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면 고객을 속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상승이든 하락이든 한 방향으로 답변하는 순간, 앞으로 행동은 구속될 수밖에 없다. 속칭 '족집게 강의'를 기대하고 왔던 대다수 고객과 판매처 직원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답변은 언제나 명확하지 않다.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예측해 막연한 기대감을 투자자에게 주는 행동은 전문가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와 관련해 설명회를 가거나 직접 만나서 면담할 때, 고객과의 접점에서 가장 신경 쓰고 공감대를 만들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 '투자가 얼마나 복잡한 것이고 어려운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진심을 전하고 싶다. 그것에 대한 공감대가 없으면 상호 간에 신뢰가 처음부터 생길 수가 없다. 의외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 실패가 성공 확률보다 훨씬 높다는 객관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사람은 투자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마 주요 언론을 통해 성공 사례가 소개되거나 자산운용업계에서 마케팅 목적으로 높은 수익률의 과거 상품을 알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투자는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고 크게 성공할 수 있다'와 같은 메시지는 어김없이 시장의 정점에서 수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곤 한다. 지식인들이 사회에서 시대적 역할을 해야 하듯이 전문가라고 하는 집단은 투자가 정말 어려운 것임을 고객에게 충분히 알리는 역할을 해야만 한다.

운용업계 전문가가 고객과 터놓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수익률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수익률은 가장 큰 평가 기준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꼭 명심해야 할 사실은 수익률은 과거의 숫자에 불과하다. 고객이 믿어야 할 것은 눈앞의 수익률이 아니라 투자회사의 원칙과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기록이어야 한다. 수익률은 매시간, 매달, 매년 바뀔 수 있지만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회사를 신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십 년간 자산운용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투자회사를 설립하면서 세운 여러 가지 원칙을 실천해가고 있다. 현실적으로 소신을 지켜나가는 데는 여러 제약 조건이 따른다. 하지만 아직 소신을 꺾을 정도로 현실이 가혹하지 않다는 점은 다행이다. 투자는 어렵고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우리 삶의 기반이기 때문에 집을 짓듯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튼튼한 집을 지으려면 땅도 필요하고 치밀한 설계도 필요하다. 때로는 수리도 필요하다. 시간과 복리, 계획과 설계를 통해 견고한 신뢰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전문가가 할 일이다. 그렇게 하려면 더욱 독립적이고 상식적인 원칙으로 고수해야만 할 것으로 믿는다.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지금 쓰는 번호 좋은 번호일까?

※아시아경제 숫자 운세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