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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4차산업혁명시대의 공시족 41만명

최종수정 2019.06.17 12:00 기사입력 2019.06.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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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

"한국 청년들은 모두 공무원을 꿈꾸는데 이런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젊은이들이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는 혁신이나 역동적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활력을 잃고 몰락하는 사회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한국의 미래를 낙관하지 않는다면 그 때문이다."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 회장의 인터뷰 내용이다. 공무원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소위 '공시족'의 수는 대략 40만~5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또한 7급과 9급 공무원 선발 시험의 경쟁률은 각각 48대 1과 39대 1을 기록하고 있고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층의 약 40%가 '공시족'이라 하니, 가히 공무원 공화국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국내 연구기관은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이 21조원 이상이라고 발표하며, 이는 이들 청년 '공시족'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경우의 생산효과 15조원과 가계소비 지출액 6조원을 포함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정량적 수치보다는 짐 로저스 회장이 지적한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사회적 현상에 의한 직간접 무형적 손실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최근에는 취업률이 낮은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아예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는 고등학생을 일컫는 '공딩족'도 생겨났다. 신의 직장으로 대우 받는 공공기관에 대한 취업준비생들의 인기도 여전하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은 개인의 생활양식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는 사회ㆍ경제적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체계와 정부의 역할도 당연히 포함된다. 과거 산업화시대에 우리나라는 강력한 정부의 경제개발 계획으로 기적과 같은 경제적 부흥을 이끌어냈으나 지금 불어닥친 4차 산업혁명시대는 정부 역할의 전면적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경과 국가의 의미가 점점 없어지고, 개인과 기업에 대한 서비스 수준에 따라 사람들이 이동하는 미래를 그리기도 하고, 소극적으로도 정부의 역할은 치안, 안전 등의 분야로만 국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우리나라의 공시족 열풍은 무엇인가 단단히 어긋나고 있는 현상의 단면이다. 분명히 어긋나고 있는 또 하나의 현실은 교육체계다. 선진국들은 이미 지식습득을 무의미한 교육형태로 간주하고 정규 교육체계의 교사 개념을 'Teaching'에서 'Coaching'으로 전환하고 있다. 창의적 사고와 협력적 사고를 함양시켜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해결하는 역량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래 사회가 어디까지 변할 것인가조차 예측하기 힘들다는 현실도 반영되어 있다.


바깥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의 발달과 공유경제의 열풍은 이미 많은 영역에서 기존 직업군의 형태를 파괴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지식을 암기하는 교육현장과 망국적 사교육시장으로 아이들을 내몰고 있고 수십만 명의 청년들이 '고용의 안정성'을 찾아 공무원 시험과 공공기관의 입시에 매달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마크 저커버그와 마윈을 배우라고, 왜 그들처럼 도전하지 않느냐고 나무랄 수 있는 것일까?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 혁신성장과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벤처기업이라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책적 목표는 역대 정부가 모두 지향했던 아름다운 목표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규제환경은 여전하고, 교육혁신을 이끌겠다던 '국가교육회의'의 활동범위도 수시와 정시 비율을 따지고 외고와 자사고를 점진적으로 폐지한다는 수준이다. 척박한 우리나라의 벤처생태계에서 청년 창업을 독려하면서, 한편으로는 공무원 숫자를 17만명 이상 늘리겠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부싯돌로 불을 지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한쪽에서는 소방호수로 물을 뿌리는 격이다. 정부 관료들이 그렇게 싫어한다는 청년들의 '헬조선'이라는 외마디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지나간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그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해서 당할 것이다"라고 했다. 100여년 전 세상의 변화에 스스로 눈가리고 귀 막았던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반드시 거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있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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