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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갑질 vs. 배려', 당신은 매너소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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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과 갑질을 응징하는 것이 정의가 된 사회입니다. 영화의 소재도 갑질이 단골입니다. 사진은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 [사진=영화 '베테랑' 스틸컷]

갑질과 갑질을 응징하는 것이 정의가 된 사회입니다. 영화의 소재도 갑질이 단골입니다. 사진은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 [사진=영화 '베테랑'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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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요즘 '갑질'에 대한 비판적 뉴스가 부쩍 늘었습니다. 갑질이 바람직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는 이야기겠지요? 상대적으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약자에게 횡포를 부리는 행위를 '갑질'이라고 합니다.


달리 표현하면, '꼴값 떠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꼴값은 얼굴값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지만 '격에 맞지 않은 아니꼬운 행동'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갑질은 일부 정치인이나 기업가, 지위가 높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매일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인들도 사소한 문제를 빌미로 격에 맞지 않는 아니꼬운 행동을 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점잖은 말로 요즘은 '비매너소비자'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비매너소비자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생긴다는데 있습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직장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근로자들의 삶은 팍팍해졌습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직장을 계속 다니기 위해 고객이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행동을 해도 근로자들은 참고 견디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근로자들은 속병이 생깁니다. 본인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직무에 맞는 표정과 밝은 모습을 보이는 것을 '감정노동'이라고 하지요. 이렇게 본인의 감정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는 근로자는 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합니다. 과거 일부 직종에서만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면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직종에서 감정노동자들이 나타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비매너소비자는 어떤 유형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비판받는 행동은 '노쇼(No show)'입니다. 단어의 뜻 그대로 '나타나지 않는 것'이지요. 예약을 해놓고도 아무런 연락없이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연간 4조5000억원 가량의 매출 손실과 10만8000명 가량의 고용 손실을 불러올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합니다.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는 널리 알려진 비매너소비자의 유형이지요. 악성을 뜻하는 블랙(black)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악성 민원을 고의적, 상습적으로 제기하는 소비자입니다. 이미 사용한 물건에 트집을 잡아 환불이나 교환을 요구하고 음식물에 고의로 이물질을 넣어 보상금을 챙기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하기도 합니다.


SNS와 인터넷을 통해 부정적인 이슈일수록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타깃이 된 사업장이나 업소는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블랙컨슈머의 부당한 요구를 대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최근에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 일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지나친 관광객이 몰려들어 지역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것입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명 관광지와 일부 뜨는 동네로 밤낮 없이 사람들이 몰려 들면서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와 소음공해, 쓰레기 무단투기 등으로 '차라리 오지말라'고 호소하기도 합니다.

갑질 손님, 즉 비매너소비자에게 갑질을 당하는 근로자의 모습을 그린 TV드라마의 한 장면.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갑질 손님, 즉 비매너소비자에게 갑질을 당하는 근로자의 모습을 그린 TV드라마의 한 장면.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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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에게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듯이 근로자와 고객 간에는 '워커밸(Worker-Customer Balance, 손님과 직업 간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근로자는 내 갑질을 받아주는 대상이 아닙니다. 나와 동등하고 평등한 사람인 만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할 대상인 것이지요. 존중받고 싶으면 내가 먼저 상대를 존중해야 합니다. '매너소비자'가 되는 방법은 의외로 쉽습니다.


실제 아르바이트가 뽑은 매너소비자의 행동은 아주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내 인사에 함께 인사해주는 사람', '고맙다고 감사를 표시하는 사람', '작은 실수에 기다려주는 사람' 등을 매너소비자로 꼽았습니다. 이 정도 행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갑질 대신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할 순 없을까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명예를 가진 사람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라고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약자에게 횡포를 부리는 행위를 '갑질'이라면, 반대로 횡포 대신 친절을 배풀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될 수 있습니다. 약자를 괴롭히는 행동과 약자를 배려하는 행동의 결과는 분명합니다. 전자는 꼴값을 떠는 것으로 비하되지만, 후자의 품격있는 행동은 스스로를 노블레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외식업계, 슈퍼마켓, 백화점 등지에 '지금 마주하고 있는 직원이 당신의 가족일 수 있다'라거나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 '남의 집 귀한 아들 딸들 건드리지 마세요' 같은 문구를 써붙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갑질이 사회 이슈로 부각되고, 매너소비를 강조해야 하는 현실도 부끄럽습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아르바이트생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며, 언젠가 나의 고객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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