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호보험' 계기로 달라진 일본
"치매에 걸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지역ㆍ시설ㆍ병원ㆍ주민 일체돼 치매 대응
[특별취재팀] 이미 1994년 고령사회를 지나 현재 고령화율 28%로 초고령사회(전체 인구 가운데 고령 인구 비율이 20% 이상)에 접어든 일본. 최근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고령화 문제를 20여년 앞서 경험한 일본의 현재 과제는 노인 인권이다. 급증하는 치매 노인에게 인간다운 삶을 제공하기 위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일본은 그들을 가두거나 격리하는 대신 공존하는 방법을 택했다.
타카하시씨는 "일본의 개호보험법은 노인이 치매에 걸려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이 있다"며 "우리 일은 그 법을 준수하고 상황에 맞게끔 대응해 노인을 위해 일하는 역할"이라고 본인의 업무를 소개했다. 일본은 노인 수발을 개호(介護)라고 부른다. 1990년대 후반 일본에선 노인 수발에 지친 가족이 노인을 살해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 정부는 2000년 4월부터 '개호의 사회화'를 목표로 의료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에 이어 다섯 번째 사회보험인 개호보험을 시행했다. 2008년 7월부터 시행한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이 제도를 본 뜬 것이다.
일본에 개호보험이 적용되기까진 많은 우여 곡절이 있었다. 타카하시씨는 "1950년대엔 노인 부양을 버티지 못한 가족들이 노인을 산속에 버리거나 시설 앞에 두고 오는 일이 많았다"며 "1963년 노인복지법이 생기고 나서 양로원이 '노인홈'이란 이름으로 바뀌며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인복지법으로 노인학대 예방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2000년 이후엔 치매 노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타카하시씨가 지난 연수 때 사용한 교제엔 2014년 2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남 장성의 효실천사랑나눔병원 화재 사고가 예시로 사용됐다. 당시 병원은 노인들의 손발을 침대에 묶어 고정해 놓고, 비상구를 자물쇠로 잠가 놓아 인명피해를 키웠다.
이 시설은 장ㆍ단기 노인 요양은 물론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인을 돌봐주는 '데이케어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매달 한 차례씩 시설 1층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치매카페'를 운영한다. 치매에 걸린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은 물론 그 가족들의 치매에 대한 이해를 도와 치매 노인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주민들은 100엔을 내면 음료와 다과를 즐길 수 있고, 전문 상담사로부터 노인 문제와 관련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 주황색 고리를 착용하고 있는 '치매 서포터'로부터 치매와 관련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황색 고리는 치매 서포터를 상징하는 것으로 국민 누구나 국가에서 주최하는 2시간 내외의 치매관련 교육을 이수하면 받을 수 있다. 타카하시씨는 "현재 지역포괄적케어로 지역과 시설, 병원, 주민들이 일체가 돼 치매에 대응해 가고 있다"며 "치매는 나이 들면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병임을 인지하고 거부감을 없애기 위한 일환이 치매카페"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체계적으로 고령화, 치매 문제에 대응해 가고 있다.
특별취재팀 도쿄(일본)=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이 취재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꼭 봐야할 주요뉴스
'3000원 샤넬밤'도 품절대란…다이소 "다음 대박템...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