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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추행 판결, 피해자 진술로만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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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추행 판결, 피해자 진술로만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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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자신의 남편이 명백한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만으로 성추행범으로 몰려 징역 6개월에 구속됐다며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1일 기준 25만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재판부 규탄 집회를 열자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판결을 내린 판사의 신상까지 공개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6일 한 커뮤니티에는 ‘제 남편의 억울함 좀 풀어주세요…. 도와주세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의 글을 종합하면 남성 A 씨는 한 식당에서 모임을 하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한 여성의 엉덩이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법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A 씨 아내 B 씨는 남편의 징역 6개월 선고의 이유가 피해 여성 진술이 전부라는 데 있다며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B 씨는 이어 이 사연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고 오늘(11일) 기준 255,523명이 청원에 동의한 상태다.

청원에 동의한 시민들은 “동의합니다. 무죄추정의 원칙, 증거주의는 어디 가고, 네가 성추행하지 않은 증거가 없으니 유죄라는 식은 개선되어야 합니다”라며 재판부의 판결을 불신하는 의견을 쏟아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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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재판의 경우 객관적인 증거와 함께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와 피해자 양측의 진술에 의존, 어느 쪽 진술이 더욱 신빙성이 있는지를 판단하여 유·무죄를 판단한다.

이 가운데 명백한 증거가 없다면 재판부는 양측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보통 성범죄는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거나 갑작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에 피해자가 미처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폐쇄회로(CC)TV 영상 등 명백한 증거 보다 피해자의 진술로 유죄를 선고 받을 때, 피고인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나타낼 수밖에 없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만일 1심 유죄 선고와 달리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는다면 그간 성범죄 가해자로 몰린 피고인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013년 12월 항소심인 2심 재판부는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피고인 측은 피해자와 같이 침대에서 잠을 잤을 뿐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피해자는 팔과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진술한 내용이 일관성이 있고 명확한지, 세부내용의 묘사가 풍부한지, 사건·사물·가해자에 대한 특징적인 부분에 관한 묘사가 있는지, 정형화된 사건 이상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지난해 7월에도 성추행 가해자로 몰린 직장인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는 일이 있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한 유일한 증거는 피해자 진술뿐”이라며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지하철과 같은 공중밀집 장소에서는 무의식·실수에 의한 접촉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고의로 성추행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범죄 재판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전부인 경우 1심 유죄 선고가 2심에서는 무죄 선고를 받는가 하면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2심에서 다시 유죄가 되는 경우도 많다. 피해자 진술에 의존한 재판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죄 판결과 법관의 사실인정에 관한 연구’를 보면 1995년부터 2012년 8월까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어진 사건 540건 가운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문제가 된 경우는 266건이었다. 이 가운데 성폭력 범죄는 무려 240건에 달했다.

한편 성추행에 대해 억울함을 주장하는 남성 A 씨를 위해 일부 시민들은 재판부 규탄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네이버 카페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를 개설하고 집회 준비를 하고 있다.

한 회원은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 증거주의의 대원칙도 무시한 대한민국 사법부를 규탄한다.!”며 사법부를 질타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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