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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을가다]"건설 만이 살길" 187조원 인프라 투자…닥치고 건설 나선 두테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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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新남방'을 가다 <21> 필리핀 '두테르테노믹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건설! 건설! 건설!(Build! Build! Build!)"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추진 중인 필리핀의 인프라 개발 사업 이름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22년 자신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8조~9조페소(약 166조~187조원)를 투입하는 인프라 개발을 추진 중이다. '닥치고 건설'로 들릴 정도로 인프라 건설에 올인하는 국가 발전 계획을 필리핀에서는 '두테르테노믹스'라고 부른다.
필리핀이 이처럼 인프라에 필사적인 데는 현재와 같이 낮은 인프라 수준으로는 경제 성장을 더 바랄 수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열악한 인프라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부족한 인프라는 물류비용의 부담을 가져오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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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필리핀의 인프라 지수는 조사 대상 137개국 가운데 97위였다. 필리핀의 도로는 91위, 항만은 114위, 항공은 124위, 전력은 92위로 조사됐다.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라오스(102위), 캄보디아(106)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중교통 시설 정비를 통해 전국을 연결하는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방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필리핀은 부족한 인프라 구축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뿐 아니라 현재의 일자리 창출 및 경제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필리핀은 경제성장률이 6.7%에 이를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으며 올해도 성장률은 6.3%에 이를 전망이다. 시장분석사인 BMI리서치는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를 통해 더 큰 민간ㆍ외국인 투자를 끌어내 2022년에는 필리핀 경제 성장률이 7.4%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내년에 필리핀 정부는 도로 건설에서 세부 국제 컨테이너 항만 사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인프라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두테르테 대통령의 임기 말인 2022년까지 필리핀의 핵심 인프라 개발 사업 75개 가운데 32개를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하이브리드 PPP= 필리핀 정부는 대대적인 인프라 구축 계획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업 지연의 주요인으로는 행정의 비효율성, 컨트롤타워 부재, 정부 부처 간 협력 결여 등 개발도상국의 고질적인 문제와 더불어 사업자들의 이권 다툼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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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는 하이브리드 PPP를 진행하기로 했다. 기존의 민관 합작 투자 사업(PPP) 방식이 아니라 건설과 운영을 분리해 입찰 및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인프라 건설은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조달된 자금으로 진행하고, 운영 및 관리는 별도의 입찰을 거쳐 민간 사업자가 주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신속하게 인프라를 건설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PPP 방법까지 동원한 것이다.

과거 필리핀은 BOT(Build Operate Transfer) 방식으로 인프라 개발을 진행해왔다. BOT의 경우 시설 준공 후 일정 기간 시설 소유권을 사업 시행자에게 부여하다 기간이 만료되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경우 계획 단계에서 착공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미 필리핀은 지난해 8월 2억5000만달러 규모의 클락국제공항 신규 터미널 사업을 하이브리드 PPP 방식으로 진행한 바 있다.

카를로스 도밍게스 필리핀 재무부 장관은 "과거의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구상에서 착공에 이르기까지 50개월이 걸렸다"면서 "가장 큰 이유는 이권을 두고 기업들이 다툰 것이다. 기업들이 수익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대중은 인프라 부족으로 고통받는다"고 말했다. 도밍게스 장관은 "하이브리드 PPP 적용 대상에 민간 사업자가 제안하는 사업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민간 참여를 통해) 사업이 안고 있는 잠재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사업성을 높이는 해법 등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밍게스 장관은 "정부는 낮은 금리로 차관을 들여오거나 원조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저렴하게 인프라를 건설할 수 있다"면서 "이후에 민간의 인프라 사업 운영, 유지 경험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원= 올해 필리핀 정부는 법인세를 감면하는 대신 설탕세를 신설하고 석유 관련 품목에 대한 세금을 인상했다. 이 같은 세수 확보를 통해 인프라 건설 재원의 일부를 마련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필리핀 정부는 탈세 기업 등에 대해 고강도, 초강경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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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정부는 내부에서 세수 증대 방안을 마련하는 것 외에 외부에서도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자금원은 중국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마찰을 빚어온 필리핀은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했다. 가령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필리핀의 손을 들어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입지가 강화됐음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침묵을 선택했다. 영유권 문제가 불거져 중국과 불편해지기보다는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함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후 3차례 중국을 방문하는 등 중국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그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설치한 군사시설에 대해 "필리핀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중국이 생각하기에 자신들을 파괴하려는 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그것은 미국"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중국이 원한다면 필리핀을 중국의 한 성(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국내외 각종 현안에 대해 거침이 없는 성격과 달리 중국과의 관계 문제에서는 항상 신중을 기했다.

다만 필리핀은 단순히 친중 일변도의 성격만 보이지도 않는다. 미국 또는 일본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의 투자가 미흡하다 싶으면 미국을 내걸어 중국의 투자 확대를 끌어내는 식이다. 이 밖에 일본에 대해서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최근엔 필리핀이 남중국해 문제 등과 관련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목받고 있다. 스프래틀리제도의 반웨자오(半月礁)에 좌초됐던 필리핀의 최대급 군함 그레고리오 델 필라 인양 과정에서 중국의 지원을 거부한 것이다. 필리핀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영토 문제 등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국제사회는 풀이하고 있다.
이 밖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 인공섬 문제 등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필리핀 국민이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느끼는 불만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필리핀인 절대다수는 중국이 점령한 남중국해 섬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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