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달이 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지 말이다. 그 사이 청와대와 정부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범정부 차원의 혁신성장본부가 출범했고, 이재웅 쏘카 대표가 민간본부장을 맡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를 풀겠다고 선언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는 말도 들린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 중에서는 "우리 이니(문 대통령의 애칭)가 변했다"며 달가워하지 않는 소리도 한다.
문 대통령이 변심은 날이 갈수록 암울해지는 고용 상황에서 비롯됐다. 그 전까지만 해도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정책이 일자리의 양과 질을 모두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인구감소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고용쇼크가 계속되고 있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력 산업은 구조조정에 여념이 없고, 서민들 삶의 근간이 됐던 자영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이 한꺼번에 경질됐다.
그 자리에 '혁신성장' 깃발이 강하게 펄럭인다. 혁신성장은 21세기 모든 나라, 모든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성장모델이다. 혁신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국가와 기업의 흥망성쇄가 좌우된다. 지금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역사 언제든 통용돼 온 명제이기도 하다. 4차산업 시대를 맞으면서 과감하게 혁신하지 못하면 곧 바로 쇠락의 길을 걷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유수의 기업이 이런 말로를 맞는 모습을 우리는 매일 같이 목격한다.
혁신성장의 선두에 문 대통령이 섰다. 앞으로 규제개혁 과제 20~30개를 직접 혁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문 대통령의 '붉은 깃발 뽑기'다. 붉은 깃발법은 1865~1896년 영국이 마차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증기자동차의 최고속도를 제한하고,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는 그 뒤를 따라가도록 한 법이다. 증기기관을 발명한 영국이 독일, 미국에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내준 대표적인 시대착오적 규제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제때에 규제혁신을 이뤄야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4차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 경제는 안으로든 밖으로든 엄청난 도전을 맞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공무원들은 공무원대로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집권자의 책임이다. 이를 위해서는 때론 대선공약을 뒤집어야 한다. 반발하는 지지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50%대로 떨어졌다고 불안해 할 필요도 없다. 경제가 나아지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깊어지면 지지율은 저절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조영주 경제부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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