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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동]유일한 단서 '식별코드'도 무용지물…사라진 '숫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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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검출 계란 식별 가능한 계란 껍데기 숫자
물로 지워지고 흐려져 식별 불가능
난각코드 표기도 제각각…보안책 필요
실제 일부 농장 난각코드 없어

17일 저녁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쌓여있는 계란

17일 저녁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쌓여있는 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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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08, 09가 적힌 것은 안된데요."

17일 저녁 서울 가양동 이마트에서 심순자씨(76여가명)가 심각한 표정으로 계란을 살폈다. 최근 논란이 된 '살충제 계란'을 식별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 '난각코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마트 직원이 "저희는 적합판정을 받은 계란만 판매한다"고 설명했지만 심사숙고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심 씨는 계란 박스를 휘감은 포장지 탓에 확인이 불가능하자 계란 박스를 일부 뜯어 기어코 번호를 확인했다. 계란 매장을 지나가던 다른 주부 2명도 "어제 08 계란을 모두 버렸다"고 말했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양계농가가 무더기로 적발된 가운데 오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난각코드가 유명무실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각코드는 생산지역, 생산자, 집하장번호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계란껍데기에 표시해 놓은 번호다. 난각코드에 의지해 계란을 소비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계란 껍데기에 적힌 난각코드는 잉크로 새겨져 물로 씻을 경우 쉽게 지워질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계란이 오래되거나 물로 씻을 경우 오래된 난각코드가 흐려지거나 지워질수 있다"고 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계란은 축산물표시기준 고시에 따라 양계농장에서 출하할 때 시도별 지역코드와 사업장 이름을 반드시 적어 넣어야 한다. 앞 두자리 지역코드는 ▲서울 01 ▲부산 02 ▲대구 03 ▲인천 04 ▲광주 05 ▲대전 06 ▲울산 07 ▲경기 08 ▲강원 09 ▲충북 10 ▲충남 11 ▲전북 12 ▲전남 13 ▲경북 14 ▲경남 15 ▲제주 16 ▲세종 17 등으로 구분한다. 뒤 2~3자리는 생산농장 및 생산자 이니셜을 지칭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난각코드는 소비자들이 계란의 생산자 정보를 알수 있도록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면서 "레이저 잉크로 새겨져 지워질 수 있지만, 난각코드가 없을 불법 유통된 계란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소비자가 난각코드를 확인하기 위해 포장지를 뜯고있다

한 소비자가 난각코드를 확인하기 위해 포장지를 뜯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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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편의점과 할인점 등 계란판매 현장을 살펴본 결과 생란의 경우 난각코드가 새겨졌지만, 이 마저도 포장된 탓에 확인하기 어려웠다. 특히 반숙란, 구운계란 등 조리된 계란 껍데기에는 난각코드가 아예 없었다. 이들 계란은 포장지에 제조사 정보가 담겨 있지만 살균제 오염 농장인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난각코드도 제각각이었다. 지역코드가 아예 없고 브랜드 이름만 찍혀있거나, 지역코드는 있지만 생산자 이름과 이니셜, 농가이름 등이 혼재된 계란도 허다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전날까지 확인한 살충제 검출 농가의 경우 계란의 난각코드는 '07051' 등 숫자만 표기되거나 '08신선농장'과 같이 지역코드와 농장이름, '08SH'처럼 농장이름과 이니셜 등 천차만별이다.

특히 이날 발표된 경북 김천시 개령면에 있는 5000마리 규모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는 난각코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난각코드가 쉽게 지워지는 탓에 유통과정에서 다시 새겨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정부의 양계농장에 대한 전수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에선 고병원성 조류독감(AI) 사태로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던 30개 들이 한판 계란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계란 매출도 평소대비 반토막났다. 30대 주부 이국현(36)씨는 "정부 발표도 믿을 수 없어 이상이 없는 계란이라고 해도 먹기가 찜찜하다"며 "아이가 있어 당분간 계란은 사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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