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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신당동 주민들 폐지아줌마 집 치운 사연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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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나서 설득 끝에 말끔히 청소, 3톤 분량 나와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수년째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던 주민의 집을 이웃들이 발 벗고 돌보기로 해 화제다.

서울 중구 신당동 청구로8길에서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는 한 모 씨(53, 여).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뇌전증 장애진단을 받아 생계비, 주거비 등을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마저 질병과 장애가 있어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한 씨는 약 10년 전부터 생계수단으로 폐지와 고물을 주워 팔았다. 그런데 인근 고물상에서 원하는 만큼 값을 쳐주지 않자 먼 곳에 있는 고물상을 이용했고 이마저 여의치 않게 되니 집 안팎에다 이를 모아두었다. 저장강박증의 시작이었다.

몇 년간 가득 쌓인 폐지, 플라스틱, 비닐 등으로 골목 귀퉁이에 있는 한 씨의 집은 쓰레기장으로 변해갔다. 현관문을 제대로 열 수도 없을 만큼 고물들이 넘치니 인근 도로까지 침범했다. 위생, 안전, 미관 등 이웃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한 씨는 주변에서‘폐지아줌마’로 불렸다.

한 이웃주민은“지저분한 것도 견딜 수 없지만 무엇보다 불이라도 붙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항상 불안했다”면서“치우자고 설득이라도 할라 치면‘남의 먹고 사는 걸 왜 간섭하냐’는 식이니 도리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중구(구청장 최창식)도 두고만 보던 게 아니다. 청소행정과나 환경순찰을 통해 대대적인 정비를 시도했지만 한 씨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결국 도로로 넘어온 고물들을 치우는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보다 못한 신당동 주민들이 나섰다. 최근 골목이웃과 신당동주민센터 직원을 비롯 사연을 접한 신당동 주민 등 20여명이 한 씨의 집 앞에 모였다.

이 날 작정한 주민들은 한 씨를 설득하기 위해 외삼촌과 여동생까지 연락을 취했다. 결국 오랜 실랑이와 설득 끝에 한 씨 집에 대한 청소가 이루어졌다.

집 주변을 둘러싼 폐지와 고물들을 치우는데 꼬박 3시간이 걸렸다. 집 내부는 한 씨 여동생 도움을 받아 청소할 수 있었다. 이렇게 치운 쓰레기가 무려 3톤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를 바로 폐기하지 않았다. 어쨌든 수년간 모은 한 씨의 수고를 외면할 수 없어 한 씨 외삼촌과 협의해 고물상에 팔았다. 적은 돈이나마 보상받길 바라는 주민들의 배려였다.

이 같이 주민들의 전폭적 협력을 얻은 데에는 중구에서 추진하고 있는‘새로운 골목문화 창조사업’도 큰 몫을 했다. 이 사업은 쓰레기, 불법주차, 안전 등 골목마다 안고 있는 고민거리를 행정력에 의존하지 않고 주민 주도로 인식하여 해결하자는 것으로 시민의식 개혁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현재 중구 15개동에서 102개 구역에 걸쳐 펼쳐지고 있는데 구는 한 씨의 집이 있는 골목에서도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한 씨의 어려움부터 해결하자는데 의견이 모였고 실행으로 옮겨졌다.

청소작업에 참여한 성영숙 적십자 신당봉사회 회장은“설득하느라 애는 먹었지만 깨끗하게 치우고 나니 너무 뿌듯하다”면서“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자주 들여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구는 우선 한 씨를 중구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결해 상담 및 치료를 받게 하면서 방문간호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체크할 계획이다.

아울러 좀 더 쾌적한 공간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배장판 교체 등 주거환경 개선 지원을 병행하고 구 복지사업인‘드림하티’를 통해 다양한 민간 후원을 연계한다.

또 골목협의체를 조직하도록 해 이웃과 정기적으로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골목 컨설팅을 시행하여 불편사항을 찾아 해소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최창식 중구청장은“내 집 앞 쓰레기도 안치우려는 세태에서 신당동 주민들의 이번 선행은 골목이웃간 정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면서“앞으로 전개될 골목문화 창조사업을 통해 살맛나는 동네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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