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당 고문단 탈당할지도"…현역들도 '부글부글'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3일 당 안팎의 반발에도 8·27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강행하면서 향후 당의 미래에 관심이 모인다. 당 고문단을 중심으로 한 탈당설(說)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당분간 국민의당은 '책임론' 문제를 두고 공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가 빠르게 부활 할 것"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5·9 대선에서 3위로 낙선 한 지 87일 만이다.
문제는 당 안팎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대선 패배는 물론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사건'으로 정치적 칩거를 선택한 지 한 달도 안 돼 전면에서 나서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당장 제보 조작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이유미(38·여)씨는 진심캠프 시절부터 활동하던 당원이고, 이준서(39) 전 최고위원은 안 전 대표가 발탁한 영입 1호 인재이기도 하다.
당내에서는 안 전 대표의 재고를 요청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조배숙, 주승용, 황주홍, 이상돈 의원 등 당 소속 국회의원 12명은 성명서를 내고 안 전 대표의 재고(再考)를 요청했다.
동교동계 등 당내 원로그룹에서는 탈당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훈평 전 의원은 이날 본지 전화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다면 탈당 할 것"이라고 말했고, 박지원 전 대표도 "당 고문단이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실제 권노갑 상임고문, 정대철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와 구(舊) 민주계 원로들은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향후 국민의당 전당대회는 치열한 논쟁의 장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안철수 책임론'을 둔 주자 간 공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당 대선평가위원회가 작성 중인 대선평가보고서도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타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같은 탈당·반대 움직임을 돌파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번 참에 당의 미래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있다"고 전했다.
안 전 대표는 이같은 당내 반발에 대해 "당을 구해야 한다는 마음은 같지만 방법론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 본다"며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최대한 소통하고 설득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른바 '안철수계'로 불리는 의원들 중에서도 섣부른 출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의원은 "전날 만찬회동에서 안 전 대표가 출마를 하든, 출마를 하지 않게 되든 힘을 모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