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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경쟁보다 공공성 강화 필요"…철도경쟁, 반년만에 폐지 검토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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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 할인은 자율경쟁 아닌 정책
추가 인하는 기대하기 힘들듯

일반열차 적자 메우는 KTX
"통합땐 수익늘어 요금 내려갈 것"
수서역서 환승없이 동해선·전라선 등 이용 가능
SR노조 "무조건적인 통합은 억지"


KTX(위)와 SRT.

KTX(위)와 S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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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정부가 KTX를 운행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의 통합 논의에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 기조에 맞춰 철도 공공성 강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양사가 통합되면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철도 산업 경쟁 체제는 사실상 폐지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SRT가 운영을 시작한 지 6개월여 만에 통합을 검토하는 것이어서 반발도 만만찮다. 117년 만에 경쟁체제를 도입한 후 단 6개월여 만에 성과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너무 이르다는 이유에서다. 또 SRT 이용객이 운행 200여일 만에 1000만명을 돌파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만큼 경쟁 효과를 제대로 분석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코레일과 SR의 통합안을 수면으로 꺼내든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경쟁체제가 서비스 개선 등의 효과보다는 공공재인 철도의 '공공성'을 더 위협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SR 출범에 따른 매출 감소로 올해 4년 만에 적자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KTX에서 얻는 수익이 적어지면 이 수입으로 적자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던 벽지노선 운행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SRT 운영에 따른 최대 효과로 꼽힌 '요금인하' 역시 정책적 결과로 보고 있다. SRT의 기본요금 10% 인하 자체가 SR 출범 전 정책적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SR의 요금 체계가 비용절감 등 운영사 간 자율적인 경쟁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결정한 조건이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추가적인 요금 인하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게 새 정부의 판단이다.

일부에선 정부가 SRT의 요금을 KTX보다 10% 낮게 책정하면서 강남권 지역주민만 이 혜택을 받고 비강남권 고객들은 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서울~부산의 경우 SRT는 코레일보다 7200원 싸지만 서울역에서 KTX를 이용하는 고객은 7200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가 발생하고 있다.

서비스 개선 효과도 기대와 달리 크지 않다는 게 새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SRT가 대표적인 서비스로 내세우는 전 좌석 충전콘센트 적용 차량만 하더라도 경쟁 결과라기보다는 열차 제작 시기에 따른 차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SRT는 전 좌석에 1인당 1개의 전기 콘센트가 설치돼 있지만 KTX는 4인당 평균 1개 설치돼 있다. 하지만 KTX 역시 최근에 제작한 차량 전 좌석에 충전콘센트를 설치했다. 철도 제작의 시기에 따라 편의시설의 차이가 생긴 것이다.

민재형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상 독점은 나쁜 것, 경쟁은 좋은 것으로 인식되지만 독점과 경쟁의 득실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며 "통합하면 독점 공기업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철도산업은 경쟁에 따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에는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복투자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두 운영사를 통합하는 것이 공공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득이 많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레일은 SR와 통합할 경우 KTX 요금 인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코레일은 수익성이 높은 KTX를 통해 번 돈으로 새마을ㆍ무궁화 등의 일반열차 운영에 따른 적자를 메우고 있다. KTX와 SRT를 통합운영할 경우 코레일의 고속철도 수익이 증가돼 SRT뿐만 아니라 KTX도 10% 인하된 기본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금은 SRT가 경부선(부산)과 호남선(목포)만 운행하고 있지만 통합 시에는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SRT도 전라선(전주ㆍ여수), 동해선(포항), 경전선(마산)까지 갈아타지 않고 고속열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KTX와 SRT를 수수료도 없이 도착 시간에 맞춰 더 빠른 열차로 변경이용할 수 있게 된다. 코레일은 KTX 예약시간보다 일찍 역에 도착하면 먼저 출발하는 열차를 자동으로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KTX-SRT는 운영사가 달라 상호 승차권 변경 시에는 운임의 10%를 취소수수료로 내야 한다. 통합 시에는 수수료 없이 KTX와 SRT 중 출발시간이 더 빠른 열차를 골라 탈 수 있게 된다.

반면 SR 노조는 통합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노조는 4일 결의문을 통해 "SRT의 성공적 운영에 따른 철도산업의 효율성 제고에도 불구하고 통합 논의가 일방적이고 정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중근 SR 노조위원장은 "SR 출범으로 경쟁사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민편익이 증진되는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엄연한 사실"이며 "성과를 애써 숨겨가며 무조건적인 통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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