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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사회]다름 인정해야 '세대갈등' 해결…"틀린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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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62% "세대갈등 심하다"…청소년 66% "더 심해질 것"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지만, 대한민국 사회를 둘러싼 다층의 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좌-우로 나뉜 이념 갈등부터 세대갈등, 성별차별 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갈등의 구조는 복잡해지고 대립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갈등은 우리 사회의 통합을 가로막고,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사람 사는 세상'은 고(故) 노무현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관통하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모토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는 한걸음에 도달할 수 없다. 정부의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함께 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상대를 인정하고, 갈등의 고리를 풀려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아시아경제신문은 창간 29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의 벽을 진단하고, 그 해법을 모색해 본다.


[함께하는 사회]다름 인정해야 '세대갈등' 해결…"틀린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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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동료들과 어려운 일을 함께 분담하며 성장했는데 요즘 직원들은 자기만 편하게 일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50대 대기업 임원 이모씨)

"상사는 회식도 일이라는데, 나와는 일에 대한 정의가 다른 것 같다. 술 마시고 다음 날 숙취에 시달리는 것 등이 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5년차 직장인 유모씨)
우리 사회의 세대갈등은 정치뿐 아니라 직장, 가정 등 삶의 전 영역에서 심각해지고 있다. 세대갈등은 이미 지역갈등 수준을 넘었다. 지난 3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대갈등이 '심하다'는 성인의 비율은 62.2%였고, 지난 4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세대문제인식 실태조사'에서는 청소년의 66.6%가 앞으로 세대갈등이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별한 해법은 없다. 직장이든 가정이든 자주 만나서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행선 가치관, 생활 속 세대갈등=20, 30대 자녀 세대와 50, 60대 부모 세대는 다른 가치관 때문에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미혼인 이모(36)씨의 경우 결혼 얘기가 나오면 불편하다. 이씨는 "60대인 부모님은 '나이가 들면 남녀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사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지만 정작 나는 결혼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며 "결혼에 대한 인식이 사회에서 많이 바뀌고 있는데 여전히 부모님 세대는 결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결혼하면 '단칸방부터 시작해 내집 마련'을 한다는 것도 옛말이다. 요새는 단칸방 하나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수십 대 일의 청약 경쟁률을 뚫고 내집을 마련하더라도 '은행 소유'가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주택가격을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엇갈린다. 아직 주택을 마련하지 못한 젊은 세대는 대체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길 바라지만 집을 보유한 많은 부모세대는 가격이 크게 오르지는 않더라도 떨어지지는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취업준비생 김지연(27)씨도 50, 60대가 으레 "왜 취업이 안 되냐"고 하는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 김씨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해도 친척 어른들은 '취업하려면 눈을 낮춰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라' 등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꺼낸다"며 "공무원 시험도 준비기간이나 경쟁률을 따져보면 결코 만만한 게 아닌데 당신 세대를 생각해서인지 쉽게 생각한다"고 씁쓸하게 얘기했다.

◆서로 겉도는 직장상사와 직원=직장도 세대갈등의 예외가 아니다. 일하는 방식, 회식에 대한 의견 등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성세대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를 곱게 보지 않는다. 2015년 삼성그룹의 사내ㆍ외보에서는 젊은 세대의 '동료의식, 고통분담 없는 개인주의'를 이해할 수 없다는 기성세대의 응답이 54.5%나 됐다.

한 기업의 임원인 이모(58)씨는 "예전에는 상사가 점심 먹으러 가자 하면 모두 따라 나서는 분위기였고 그게 편했다"며 "그런데 요즘은 가지 않거나 본인이 먹고 싶은 메뉴를 고집하는 젊은 직원이 많아 되도록 같이 먹지 않으려 한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또 "함께 잘 해보자며 격려를 해도, 직원들의 반응이 신통찮을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반면 젊은 세대도 할 말은 많다. 5년차 직장인 유모(33)씨는 "윗사람들이 자꾸 '내가 젊을 때는 이런 거 상상도 못했다'는 식으로 젊은 세대가 힘들어하는 걸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반항심이 생겨서 또래끼리는 '저런 꼰대'라는 식의 혐오적 발언을 할 때가 많다"며 "빈둥거리는 상사를 보면 '월급 루팡'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소통하고, 세대 차이 인정해야=우리나라 사회는 6ㆍ25전쟁과 1960~1980년대의 급속한 경제성장, 외환위기, IT붐 등을 거치면서 급격히 변해왔다. 교육제도 또한 계속 달라지면서 '한 가지만 뛰어나게 잘해도 되는 세대'와 '여러 가지를 다 잘해야 하는 세대' 등으로 나뉜다. 이선우 한국갈등학회 회장은 "세대별 생각과 삶의 방식, 가치관 등이 사회 변화 시기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기성세대가 자주 하는 '나 때는 이랬는데' '요새 사람들은 이해 안 된다'는 등의 말도 여기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일자리도 또 다른 원인이다. 이 회장은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 세대는 많아지고 이들은 65세 이후에도 돈을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는데 당장 젊은 세대에서도 고용이 많지 않다보니 일자리를 두고 갈등이 생긴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713만2426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13.8%를 차지한다. 2008년에 비해 3.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가 자주 만나서 얘기하는 방법이 세대갈등 문제를 그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는 해법이라고 설명한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서로 문제를 얘기하고,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윤성복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지속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윤 상임연구원은 "사람은 자주 만나야 정도 생기고 정서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다"며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자주 토론을 하다보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고, 해결책도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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