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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사고 후 1년, 우리 삶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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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기록: 인간사, 세상살이, 그리고 사건’ 노원희 개인展
사건 다루는 예리한 시선+독특한 화면…내달 2일까지 아트스페이스 풀

2016_사발면이 든 배낭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_90.9x116.7cm

2016_사발면이 든 배낭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_90.9x116.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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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유령처럼 떠도는 거대한 양복들 사이로 좌절하는 젊은 노동자가 덩그러니 서 있다. 그림에는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어머니가 보인다. 캔버스 뒤로는 모의(謀議)하는 권력자들도 있다.

구의역 사고(2016년 5월 28일) 이후 1년이 지났다. 우리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질문해 본다. 노원희 작가(69)의 ‘사발면이 든 배낭(2016)’에는 좌절하는 인간과 이를 바라보는 형상이 한 화면에 담긴다. ‘양복’은 ‘출몰무대(2017)’에도 등장하는데 이는 사회를 쥐고 흔들지만, 그 안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을 외면하는 권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노 작가는 최근 국정농단 사태와 일련의 비극적 사건들을 예리한 시선과 독특한 화면 구성으로 기록하듯 그렸다. 그는 “(양복은) 말하자면 사회적인 의식과 같다. 사람이라기보다 사회적 존재를 이루는, 또는 유령과 같은 어떤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_말의 시작_캔버스에 아크릴, 유채_162x130cm

2015_말의 시작_캔버스에 아크릴, 유채_162x13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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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그림 속에는 또 하나의 그림이 존재한다. 하얀 팻말, 또는 캔버스 따위가 자주 등장한다. 이 하얀색 바탕은 ‘말의 시작(2015)’ 속 1인 시위자의 입을 막아버린다. 또는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미군 지하갱도 적 소탕훈련(2017)’에서는 일상과 분리된 미군의 뒷모습을 묘사하는 배경으로 쓰인다.
노 작가는 “캔버스(또는 하얀 팻말)는 중요한 장치다. 서사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것을 입체감 있게 구성했다. 때로는 거울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차원의 현실을 화면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라고 했다.

작가의 정체성은 확고하다. 그는 비판적 현실주의 계열의 작가다. 1960년대 후반 대학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73년 대학원을 졸업한 후 대구로 귀향, 강의를 하면서도 운동권 학생들과 꾸준히 교류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직접 촬영하고 그림을 그렸다.

1980년대 민중미술을 태동시킨 ‘현실과 발언’의 동인인 그는 부단히 형식적 실험을 하면서도 사회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작품 속 장면들이 다소 초현실적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는 현실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여기에 특유의 여성적 감수성과 소박함을 잃지 않는다. 작가는 자신과 주변인의 삶, 사회 현실을 엮여 보편적 울림을 만들어낸다.

2017_「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미군「지하갱도 적 소탕훈련」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_90.9x116.7cm

2017_「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미군「지하갱도 적 소탕훈련」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_90.9x116.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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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아트디렉터는 “작가가 정치현실을 반영했지만, 모두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정한 사조에 국한되지 않고, 개인사와 시대 변화에 따라 현실 발언, 일상, 가족, 주변인의 진솔한 모습을 담았다. 이것이 작업의 축이 된다. 해석이 분명하면서도 감각적으로 침투한다. 실제 고발 형식을 취하기보다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어떻게 우회적으로 표현하느냐에 초점을 둔다”고 했다.

1일 문을 연 노원희 개인전 ‘담담한 기록: 인간사, 세상살이, 그리고 사건’은 서울 종로구 아트 스페이스 풀에서 내달 2일까지 계속된다. 40년 작업 활동을 이어온 작가 노원희의 신작 및 구작 회화, 드로잉 등 마흔다섯 점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서울에서 10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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