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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는 지금]'시진핑의 도시' 슝안신구 들썩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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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베이징 남서쪽 160km 슝안신구 개발 프로젝트 '들썩'
공산당 중앙·국무원 조성 공동 발표
상하이푸둥신구 후 25년 만에 국가급 특구 지정
친환경·생태·스마트 도시 지향…시 주석 집권 성패 가늠자이기도
향후 20년 인프라 투자만 최대 4조위안
전문가 "민간 기업 동참 여부 관건"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지난해 연말부터는 파종을 막더니 올해 초에는 집을 못 짓게 하더라고요. 영문도 모른 채 불평만 했죠.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어요. 50년 넘게 거주한 터전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며칠 동안 먹지도 못하고 잠도 설쳤답니다."
중국 수도 베이징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160㎞ 떨어진 허베이성의 작은 마을에 사는 주민의 푸념이다. 한 달 보름 전인 4월1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의 기습 통지를 전후로 이들의 삶은 180도 바뀌고 있다. 허베이성 바오딩시의 3개 현(슝·안신·룽청현)을 묶어 국가급 특구를 만들겠다는 이른바 '슝안(雄安)신구' 조성 계획이 나오면서다.

평소 인적이 드문 조용한 마을에 난데없이 고급 수입차 행렬이 이어졌고 부동산 중개업소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박 냄새'를 맡고 베이징·톈진·산둥 등지에서 부동산 투기꾼이 몰리면서 슝현의 집값은 하룻밤 새 70% 뛰었다. 당국은 이튿날 즉각 부동산 매매를 금지하고 중개업소 영업을 중단하는 등 강제적인 규제 대책을 내놨고 시장은 금세 식었다.

슝안신구에 속하거나 인근에 사는 마을 주민의 마음은 복잡하다. 외교 안보 전문 매체 더 디플로맷은 최근 "지역민이 국가가 주도하는 이례적인 특구 개발 프로젝트를 환영하는지 안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슝안신구 개발 부지를 위해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는 것 하나는 명확하다"고 전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평온했던 일상이 사실상 당 중앙의 엄격한 통제 아래 놓인 셈이다. '돈방석'에 앉을까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지만 일거수일투족 감시받는 삶이 결코 반가울 수는 없는 법이다.
중앙정부의 직접 지시로 지방정부는 이미 슝안신구에서의 대규모 부동산 개발과 불법 건축을 전면 금지했고 자갈, 벽돌, 시멘트 등 건설 자재 반입을 일일이 통제하고 있다. 더 디플로맷은 이주민을 대하는 정부의 입장은 간결했다고 전했다. "다음 세대의 민중을 위해 이데올로기적 일을 하라"는 일방적인 주문이다. 중국 정부가 대중에 사상을 강요하면서까지 슝안신구 개발에 목을 매는 건 왜일까.
[G2는 지금]'시진핑의 도시' 슝안신구 들썩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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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슝치(雄起)'…선전·상하이 성공 전철 밟을까= 슝안신구는 한마디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야심을 담은 작품 가운데 하나다. 중국 정부가 신구 개발 계획을 비준할 때 국무원 단독이 아닌 당 중앙이 전면에 함께 나선 것은 상하이푸둥신구(1992년) 이후 이번이 25년 만에 처음. 중국은 그동안 경제특구(7개)·개발구(219개)·고신구(146개)·신구(19개)·자유무역구(11개) 등 다양한 형태의 특구를 지정해 산업을 키우고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다. 400개가 넘는 특구 중에서도 이번 슝안신구가 유독 폭발적인 관심을 끄는 것은 시 주석 집권기의 성패를 가늠할 핵심 과제이기 때문이다.

국무원의 발표문은 이를 뒷받침한다.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중국 공산당 중앙은 중대한 역사적 전략을 선택했으며 이는 1대 경제특구인 선전경제특구와 1대 신구인 상하이푸둥신구에 이어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매우 중요한 계획으로, 천년대계(千年大計)의 국가대사(國家大事)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슝안신구가 사실상 '시진핑의 도시'임을 만천하에 선포한 것이다. 국가적 사업에 '천년대계'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마오쩌둥(毛澤東) 이후 처음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선전경제특구는 덩샤오핑(鄧小平), 상하이푸둥신구는 장쩌민(江澤民)의 성공적인 유물로 간주한다. 이처럼 슝안신구는 선전경제특구와 상하이푸둥신구를 성공 모델 삼은 세 번째 국가급 특구로 탄생부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1980년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선전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처럼 현재 지역내총생산(GRDP) 규모가 베이징의 1%에도 못 미치는 슝안신구가 시 주석의 성공적인 슝치(雄起·슝안신구 굴기)로 이어질지 세계가 주목하는 배경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덩샤오핑과 장쩌민에 이어 '핵심' 칭호를 받은 시 주석이 올가을 제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권위를 강화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 시너지 효과 얼마나…국유기업 이전 '충성 경쟁'= 선전경제특구가 대외 개혁·개방, 상하이푸둥신구가 금융 개방의 상징이었다면 슝안신구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친환경·생태·스마트 도시를 지향한다. 이를 통해 수도의 기능을 분산하는 '제2의 베이징'을 세우고 고질적인 대기오염 문제도 완화한다는 포부다. 지리적으로는 베이징·톈진과 가까워 수도권 통합 개발 계획인 징진지(京津冀) 프로젝트의 균형 발전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징진지 프로젝트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톈진과 허베이 지역을 삼각으로 엮어 행정, 산업, 물류 등을 포괄하는 '메가 시티'를 만든다는 시 주석의 역점 사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적인 탄생 스토리는 당초의 개발 취지를 벗어나 곳곳에서 무분별한 충성 경쟁을 낳고 있다. 불과 한 달 보름 만에 대형 국유 기업 수십 개가 슝안신구로 본부나 사업부를 이전하겠다고 나섰고 톈진시 당서기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등 과열 양상이다. 민간 기업 중에서는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이 가장 먼저 슝안신구 투자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슝안신구의 앞날에 제각각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 15~20년 동안 기본 인프라 투자에만 2조~4조위안이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 돈으로 327조원에서 653조원 상당이다. 슝안신구 개발 면적은 우선 100㎢ 규모로 조성하고 2단계 200㎢ 공정에 이어 장기적으로는 2000㎢의 대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홍콩의 2배, 서울의 3.5배 수준이다.

UBS는 향후 20년 동안 슝안신구에 대한 투자 규모가 4조위안에 달할 것이라며 철강·시멘트와 철도 등 교통 분야의 수요가 뚜렷하게 늘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같은 기간 1조2000억~2조4000억위안의 자금이 흘러들어가고 국유 기업과 대학교, 의료 및 과학 시설 분산 이전 등으로 최대 670만명의 인구가 이주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티그룹은 "슝안신구가 5년 이내 선전경제특구나 상하이푸둥신구 개발 당시의 발전 속도를 맞추려면 연간 50% 성장률을 달성해야 하는데 50%씩 성장하더라도 2021년 슝안신구의 국내총생산(GDP)은 중국 전체의 0.14%에 그칠 것"이라며 "슝안신구는 실질적 성장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투기·환경오염 등 부작용 속출…프로젝트 실패 우려도= 사업 초창기부터 불거진 부동산 투기와 환경오염 문제 제기로 인해 당국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선전경제특구와 상하이푸둥신구를 조성할 때와 달리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 국면인 데다 주변 기반 시설도 취약해 프로젝트가 '용두사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상존한다. 중국의 2번째 신구인 톈진빈하이신구나 허베이차오페이뎬신구의 실패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슝안신구 개발 계획 발표 익일 부동산 거래를 전면 중단하도록 했고 투기 열풍이 옮겨 간 주변 9개 지역에서도 주택 구매를 제한하는 등 강력하고 빠른 규제로 진화에 나섰다.

환경오염 경고음도 울리고 있다. 비정부기구(NGO)인 량장환바오는 최근 북부지역 환경 시찰에서 허베이와 톈진 일대에 오염물로 가득 찬 대규모 하수 웅덩이가 방치돼 있다고 고발했다. 슝안신구 100km 이내에서 축구장 46개 크기의 썩은 웅덩이 두 개가 발견된 것이다. 이은영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과거 실패 사례를 보면 관건은 민간 기업의 동참에 달렸다는 판단"이라며 "민간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정부 주도 개발에 따른 부동산 버블과 과잉 투자 문제는 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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