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 트럼프 정부 100일의 통상정책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미 FTA를 포함한 양국 통상관계가 호혜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선행될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동향을 참고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14일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 우선순위는 무역적자 감축과 일자리 창출로, 이를 위해 공정무역에 대한 지지와 불공정무역행위 제재를 강조하고 있다. 환율조작국 판단을 위한 3가지 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대미 무역흑자 규모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반면 대선기간 중 발표했던 일부 강경한 공약들이 일정부분 후퇴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과 멕시코에 대한 45%, 35%의 관세부과와 나프타 탈퇴 등은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통상법을 동원한 불공정무역행위 제재도 철강과 알루미늄 등 일부 산업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KIEP는 우리나라도 신중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한미 FTA 재협상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해 왔지만, 정작 한미 FTA의 구체적 문제점이나 개선항목을 지적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KIEP는 "(트럼프의 발언은) 실제 한미 FTA의 종료나 전면적 재협상을 추진하기보다는 협정 개선을 위한 협상용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며 "조급한 대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미국 행정부 내에서도 다수의 행정명령에서 명시한 무역수지 적자규모나 재협상을 통한 실익확보 등에 대한 조사나 분석에 시간이 걸리며, 최우선적으로 추진 중인 나프타 재협상이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단시일 내에 한미 FTA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대미 흑자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박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대응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KIEP는 제언했다. 특히 한미 무역통상관계의 중요한 요소인 한미 FTA의 성과가 상호 호혜적이라는 객관적 평가와 인식을 공유하고, 한미 경제관계 비전 공유를 위해 대미 아웃리치(직접 찾아가 외교현안을 설명) 활동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KIEP는 "미국 정부와 의회, 싱크탱크, 기업 등과 한미 FTA의 성과에 대한 객관적, 체계적 분석결과를 공유해야 한다"며 "양국이 공통으로 당면한 경제현안은 각각 일자리 창출과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이므로, 양국의 공통현안 해소를 위해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