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산업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미국이 재협상을 선언하면 90일간 의회 회람 기간을 거쳐 한국 정부에 서면으로 통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후 재협상 절차가 시작되는 수순이다. 재협상을 성공할 경우에는 협정문을 개정하게 되고, 재협상 실패시에는 최종 결렬일로부터 180일 뒤에 한미FTA가 폐기된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즉시 전략적 대응에 나선 중국·일본과 달리, 탄핵·대선정국에 휩싸였던 우리측은 상대적으로 대처가 부족했다는 평가다. 특히 문재인정부 출범 후 각 부처의 장차관이 일괄사표를 낸 상태인데다, 새 내각 인선은 걸음마단계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내각 구성은 무기한 늦어질 가능성도 크다.
더욱이 문 대통령이 유세 과정에서 언급한 것처럼 산업부의 통상업무가 외교부로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미 FTA 발효 이전인 2011년 116억4000만달러였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16년 232억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미국 상무부가 추정한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대한국 무역적자)는 277억달러 수준으로 더욱 높다. 특히 협상 0순위로 거론되는 한국의 승용차 무역흑자는 2011년 83억 달러에서 2015년 2배 가까이 되는 163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를 감안하면 FTA 이행법에 따라 미국이 추가적인 관세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규모 무역적자를 이유로 미국이 상식적 수준을 뛰어넘는 규모의 관세율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한 국내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과 쇠고기 수입 확대에 대한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쇠고기와 오렌지, 쌀, 녹두 등에 대한 협정세율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원산지 검증 원활화와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미FTA 파기 시 양국의 교역규모는 30억달러 가량 축소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대(對) 한국 수출 감소 폭은 15억8000만달러로, 한국의 대미 수출 감소액 13억2000만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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