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로 눈돌려봐도 바가지요금
숙박 예약 곧바로 취소해도 위약금
황금연휴에 '울며 겨자먹기' 여행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금보령 기자]직장인 정모(33)씨는 황금연휴인 다음달 3일, 가족들과 함께 1박2일 여행을 가기 위해 속초의 한 펜션을 예약했다. 결제 직후, 임신 7개월차인 아내가 장거리 이동이 힘들 것 같다고 해 30분만에 곧장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업체는 "당일취소라도 위약금을 물어야한다"며 결제금액의 90%만 돌려줬다. 정씨는 "결제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금액의 10%를 위약금으로 떼는 것은 너무하다"며 "방이 금방 나갈 것이라면서 결제를 채근하더니 당일취소에 패널티를 무는 건 억지"라고 울분을 토했다.
5월1일 근로자의날부터 9일 대선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맞아 국내ㆍ외 여행을 떠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항공권은 물론 숙박요금 등의 여행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의 국제선 예약률이 전년동기대비 18%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노선별 예약률은 일본 오키나와 96%, 미국 하와이 95%, 스페인 바르셀로나 98% 등으로 나타났다. 몇몇 항공권이 남아 있긴 하지만 가격이 비싼 게 문제다. 베트남 다낭의 경우, 항공권과 숙박비가 모두 포함된 패키지 가격이 60만원이었지만 5월 황금연휴 기간에는 항공권만 60만원이다.
이번 연휴기간동안 다낭으로 가족여행을 가는 진모(34)씨는 "이마저도 새벽시간대라 싼 편이고 마음에 드는 시간대는 80만원이 넘는다"며 "인당 항공권만 70만원씩 냈다"고 토로했다.
가격이 비싸도 수요는 넘친다. 온라인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14일까지 항공권, 해외교통 패스 등 여행 관련 상품은 품목별로 전년동기대비 2926% 증가했다. 특히 미국ㆍ캐나다 지역 호텔예약은 2350%, 동남아 지역 호텔은 1471%나 뛰었다.
여행사 한 관계자는 "항공권은 평소보다 2배 정도 비싸지만 간만의 장기휴일이라 이 기간에 여행사 상품 대부분이 예약됐다"고 말했다.
국내여행으로 눈길을 돌려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5성급 호텔은 호텔예약사이트에서 31만원대에 판매하던 상품이 이 기간동안에는 43만대로 껑충 뛰었다. 이달 주말가격도 26만원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2배 가까이 비싼 셈이다.
또다른 5성급 호텔도 1박에 58만원 받던 가격이 황금연휴기간동안에는 83만원대까지 올라갔다. 비싼 가격에도 예약은 1~3시간 간격으로 차고 있다. 이들보다 가격대가 낮은 4성급 호텔들도 주말가격보다 3만원씩 더 비싼 가격에도 관광지와 가까운 곳들은 대다수가 예약 마감됐다.
현충일 연휴가 낀 6월도 자리가 없다. 야외수영장이 딸린 5성급 호텔은 6월3일부터 6일까지 객실이 마감됐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이 기간동안에는 평소 진행하는 객실 할인 등의 프로모션을 굳이 하지 않아도 수요가 몰리기 때문에 정가대로 판매해도 예약이 꽉꽉 찬다"면서 "일부러 큰 폭으로 올려받는 것은 아니고 성수기 가격대로 적용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간만의 황금연휴 기간이라 평소 가격보다 2배씩 비싼 가격에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여행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직장인 황모(34)씨는 "매년 연휴 때마다 바가지 요금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과하다"면서 "이번 연휴에 여행은 돈여행이 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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