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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진단]조선해운산업 생존 골든타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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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진단]조선해운산업 생존 골든타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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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기업이 생산한 상품이 시장에서 수요가 있을 때는 유동성 공급이 효과적인 구조조정이다. 수요가 없을 때는 사업 재편을 통해 공급을 줄여야 한다”

1일 구조조정 전문가 A씨가 말하는 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향이다. 1998년 외환위기때는 업종이 아닌 자금줄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자금지원이 효과적이었다. 1990년대까지 고속성장을 경험한 기업이 외형을 늘리다가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기업을 살려 상품을 만들기만 하면 팔 곳이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유동성을 공급해 기업을 살리더라도 상품을 팔 곳이 없는 경우가 생겨났다. 조선·해운 산업이 이러한 시장과잉의 대표적인 사례다.  
2008년 이후 선복량(배에 실을수 있는 화물의 총량) 증가율은 해상물동량 수요 증가율을 넘어섰다. 하지만 조선소들은 공급을 줄이지 않았고, 경쟁 때문에 저가수주를 감수했다. 이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을 시작으로 조선 3사는 경험이 없는 해양플랜트를 ‘고부가가치 신사업’이라며 경쟁적으로 수주했다. 하지만 원가에 훨씬 못미치는 수주 덕에 법정관리를 고려할 정도로 부실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수요가 없는 시장은 공급을 줄여야 살아 남을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사업재편을 통한 공급 축소보다 그때 그때 자금지원으로 연명치료를 택했다. STX조선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원리를 외면해 혹독한 수업료를 치른 대표적인 사례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4월 STX조선의 자율협약 신청에 일부 은행들은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KDB산업은행과 정부는 이를 묵살했고, 2015년 9월 추가 지원 논의때도 “총선 전까지 STX조선을 살려야 한다”며 총 4조5000억원을 지원했다. 이후 자금수지가 급격하게 나빠지자 8개월만에 “부도가 예상돼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말을 바꿨다.

해운업도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친 것은 마찬가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수출입 물량이 급증하면서 국내 해운사들은 10년 이상 장기계약으로 배를 경쟁적으로 빌렸다. 2007년 718척이던 국내 해운사의 보유선박 수는 2008년 828척까지 늘었다. 하지만 이 호황은 신기루에 그쳤다. 올림픽 직후 중국의 원자재 사용량이 감소하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았다. 2008년 5월 1만1793을 기록했던 발틱운임지수(영국 해운거래소가 발표하는 선박운임의 지표)는 그해 말 671로 곤두박질쳤다.
2009년 초 정부가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지만, 해운운임이 일시적인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도 사라졌다. 오히려 2009년 164개였던 해운사는 2010년 185개로 늘었다. 2010년 하반기부터 해운업의 추락은 바닥을 모르고 이어졌다. 현대상선의 6년 연속 적자 후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포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 바로 이때부터 시작됐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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