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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빼앗긴 들에 오는 찬란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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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5일)는 겨우내 숨죽이고 있던 벌레들도 깨어나 땅 밖으로 나온다는 경칩이었다. 이 즈음부터 겨울철의 강한 대륙성 고기압 세력이 점차 물어나고 기온도 차츰 올라 봄기운이 든다.

그러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봄이 왔건만 봄 같지가 않다는 이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적이 있었나 싶다. 마침 기상청은 오늘부터 꽃샘추위를 예보하고 있지만 봄 같지 않은 봄은 비단 날씨 탓만은 아닌 듯하다.
대통령 탄핵심판을 다루는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기다리는 운명의 일주일이 시작됐다. 국정농단 사태가 부각된 지난 반년동안 멈췄던 국정과 두 동강 난 사회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19차에 걸친 촛불집회는 세계가 놀랄 정도로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최근 이른바 태극기집회와 대통령 대리인단의 여러 주장은 과거 정치 대립의 레토릭이던 색깔론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헌재의 선고가 다가올수록 이 같은 움직임은 더 심해지고 있다.

사태의 본질은 민주사회에서 권력자와 막역한 민간인이 국정에 개입하는 것이 맞느냐, 국민의 위임을 받은 권력자가 국민과의 다양한 소통 채널을 외면하고 국가권력을 사유화 하는 게 옳으냐다. 하지만 여기에 진보와 보수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지면서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결국 시비(是非)의 문제가 이념 대립으로 확장된 셈인데 촛불과 맞불 세력이 맞붙은 광화문광장은 꽃샘추위라 하기엔 그야말로 한파 그 자체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의 여파가 탄핵 선고이후에도 쉬 물러가지 않을 성 싶다는 데 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진작부터 장외전을 펼치며 탄핵 인용시 헌재 불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하기는 논리를 따지고 법리를 다투어야 할 헌재 대심판정에서조차 '아스팔트에 피', '내란'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니 집회에서의 그 같은 발언은 어찌보면 예상이 가능한 부분이다. 야권의 대선주자들도 헌재의 선고를 승복해야 한다면서도 기각 결정은 상상하기도 힘들어 하는 분위기다.

탄핵 선고가 어떤 식으로 나든 두 쪽으로 분열된 사회를 어떻게 봉합하느냐는 가장 큰 과제로 남게 됐다. 정치 지도자들뿐 아니라 이 시대의 국민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다.

다른 각도로 보자면 이번 사태가 가져온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올곧은 대한민국을 위해 사회 곳곳의 시스템을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는 무엇이 진짜 민주주의이고 그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위정자가 지켜야 할 선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또 정상과 비정상, 상식과 몰상식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가늠하게 해줬다. 나아가 비정상과 몰상식의 국가권력에 모든 권력의 기반인 국민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또다른 표상이 되었다.

바야흐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고 있다. 꽃샘추위가 한파로 바뀐다고 해도 분명한 것 한 가지는 빼앗긴 들에 다시 찾아오는 봄은 더 찬란하리라는 점이다.

김동선 사회부장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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