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롯데가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용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시일이 임박하자 중국 내 여론도 들썩이고 있다.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적으로 롯데를 비판하면서 경제 보복을 예고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반(反)롯데 정서에 대한 신중론이 퍼지고 있다. 사드를 빌미로 롯데 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보복을 가할 경우 중국이 입을 손실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간부인 딩강(丁剛)은 23일 환구시보 기고문에서 "중국이 (사드를 명분으로) 한국 기업을 제재하려면 중국의 피해를 먼저 평가하고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롯데 제품에 대한 불매 목소리를 내는 일부 네티즌은 롯데가 중국에서 벌어들인 이익만 생각할 뿐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제공했는지는 간과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중국은 롯데 해외 사업의 29% 비중을 차지하는 큰 시장이라서 자칫 국익을 해할 수는 있지만 중국은 한국과 무역 분야에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경제 제재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만약 경제 보복을 단행할 경우에는 한국의 앙갚음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산둥성에만 2000여개의 한국 기업이 있는데 이들의 투자 계획이 차질을 빚을 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실제로 행동을 취할 필요는 없다"며 "(보복과 관련한) 소식이 퍼지면 자연적으로 억지(抑止) 효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중 관계가 사드 배치 결정을 계기로 냉각기를 거치고 있으나 본질은 북한 핵 문제라는 게 그의 견해다. 딩강은 "중국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국제사회로부터) 강요받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제 3자가 이득을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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