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분석, 한국 핵무장론 거듭 주장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라고 말한 데 이어 신형 ICBM 시제품 2기를 제작한 정황이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되면서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된 시점에서 나온 그의 발제와 대북 대응 시나리오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정 실장은 "김정은이 준비가 완료됐다고 이야기한 상황에서 무수단을 발사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김정은의 집착으로 미뤄봤을 때 올해 안에 ICBM 기술을 어느 정도 진전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수단은 북한이 2007년 시험발사없이 배치한 사거리 3000㎞ 이상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로 지난해 8번 발사했으나 1발이 부분 성공하는 데 그쳤다. 북한이 보유한 ICBM급 미사일 KN-08과 KN-14는 무수단 미사일 2개를 묶어 1단 추진체로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 실장은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강행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사드의 한국 배치를 더욱 서두르고 중국이 그것에 반발하면서 미·북, 미·중, 한·중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정 실장은 이에 따라 두 가지 대북 대응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북한이 (전망대로) 추가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핵동결을 할 경우 그렇지 않을 경우로 나눴다. 전자의 경우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한미가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잠정 중단하며, 한국은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방안을 가지고 남북한·미·중의 4자회담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을 위해 북한에 먼저 경제·외교적 인센티브를 줘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자는 일부 연구기관의 제안에 대해서는 그는 "우리군의 대북 군사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 실장은 "북한이 ICBM 개발에 성공하고 무기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시험발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면 북한의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 중단과 핵동결을 전제로 한 대화를 거부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계속 추진한다면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질 때가지 잠정적으로 독자적 핵억제력을 보유하는 방안을 가지고 미국과 중국 등을 설득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정 실장은 주장했다.
이는 세종연구소 차원이 아니라 정 실장 개인 의견이지만 논리적 정당성과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다.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북한에게는 멀리 있는 미국의 핵무기보다 가까이에 있는 한국의 핵무기가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위한 ICBM을 개발할 필요가 줄어들어 미국은 지금보다 더욱 안전해질 것이라는 그는 주장했다. 또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해 북한과 핵 균형이 이뤄지면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필요도 사라지고 남북한 간에 군사력 균형이 이뤄져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이 더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의 주장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따른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극복하는 게 난제 중의 난제다. 그럼에도 그의 주장대로 되기만 한다면 한국의 핵무장은 남북한,美中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