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임시 천막서 탄핵때까지 매주 공연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맞서 문화예술인들이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블랙텐트'를 치고 개막식을 열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정한 바로 다음 날의 일이다. '블랙텐트'는 이순신장군 동상 뒤편에 폭 8m, 길이 18m, 높이 5.5m 가량 크기의 천막으로 세워졌다. 블랙텐트 측은 "예술이 가져야 할 공공성의 가치가 모두 훼손된 사회에서 이를 바로 세우자는 의미에서 광장에 극장을 세웠다"고 했다.
'블랙텐트'의 극장장을 맡고 있는 이해성(48) 극단 고래의 대표는 이날 "박근혜 정부가 정치성향에 따라 문화예술인을 공공 지원에서 배제하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심지어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공공극장 책임자들이 관객이 보는 앞에서 공연을 중단시키는 일마저 발생했다. 블랙리스트와 예술 검열은 연극인들에게 무대를 빼앗고 관객들에게 공론장으로서 공공극장을 빼앗았다"며 극장 설치 이유를 말했다.
"'블랙텐트'는 박근혜 정부가 운영하는 국공립극장들이 외면했던 세월호 참사, 위안부 등 동시대 고통받는 목소리들에 귀 기울이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임시 공공극장입니다. '블랙텐트'는 세월호 참사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지금 우리 앞에 드러난 한국사회의 민낯을 직시하고 반성하며 새로운 국가·사회·인간에 대해 질문하는 공론장입니다."
이해성 대표가 선언문을 낭독하자 부축을 받으며 앉아있던 백기완 소장이 "잘한다", "옳다"고 외쳤다. 현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가 터지고 문화예술인들은 지난 11월4일 시국선언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대표는 "그 때를 기점으로 많은 예술인들이 저항의 의미로 길바닥에 텐트를 쳤고, 지금은 60개에 가까운 텐트가 생겼다"고 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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