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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코리아]정의화 前 국회의장 "탄핵은 사필귀정…개헌으로 공도·정명 다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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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前 의장 신년대담
朴대통령 탄핵은 새누리당 탄핵
소선거구제·석패율제 등 혼용 대안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합치 지름길
대권? 받은 혜택 보은하고픈 마음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새한국의 비전' 사무실에서 마주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한국 정치의 적폐와 향후 나아갈 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새한국의 비전' 사무실에서 마주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한국 정치의 적폐와 향후 나아갈 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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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성기호 기자] "세월호 참사가 왜 가슴이 아픈지 아세요? 하나는 죄 없는 아이들을 어른들이 돌보지 못했다는 책임감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책임지고 '오더'를 내려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했어요. 또 다른 이유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런 노력마저 게을리했다는 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에 자리한 보수성향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의 집무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다소 착잡한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그는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고 화가 치밀기도 한다"면서 최근 소회를 털어놨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탄핵 정국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해 11월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그는 "광화문 거리에 울려 퍼진 가수 양희은의 노래를 듣고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최순실 게이트는 대한민국호가 침몰할 수 있는 위기이지만, 촛불 민심을 통해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은 정 전 의장에게 다소 특별한 날이었다. 탈당을 고민하던 새누리당의 비박(비박근혜) 진영은 기자회견을 열고 분당(分黨)을 공식 선언했다. 비박은 "당에서 끝까지 노력해보려고 했지만 한계에 이른 것 같다"고 한탄했다. 친박(친박근혜)도 "투사처럼 행동하는 비박들은 나가라"며 맞섰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사건'을 미리 알고 있었다. 전날 밤 비박 좌장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정병국ㆍ주호영 의원과 함께 식사했다고 했다. "같은 당 출신인 김 전 대표는 자주 만나고 통화하는 사이예요. 탈당해 교섭단체를 꾸린다기에 (탈당은) 번잡한 월요일(12월26일)보다 화요일(12월27일)이 낫겠다고 조언했죠."

 이름난 신경외과 의사였던 그는 15대 총선에서 부산(중구ㆍ동구)에서 정치에 발을 디딘 후 내리 5선을 했다. 신한국당(15대)ㆍ한나라당(16~18대)ㆍ새누리당(19대)에 차례로 몸담으며, 1990년 1월 '3당 합당'으로 출범한 민주자유당 이후 명맥을 이어온 보수정당들에서 정치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19대 후반기 국회의장을 맡으며 바람 잘 날 없는 세월을 보냈다. '의회주의자'란 꼬리표가 달린 정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의장은 의회법상 정당을 탈당해 무소속이 돼야 하는데, 친정인 집권여당과 각을 세운 탓에 당과 친박계로부터 동시에 공격받았다. 결국 지난해 4ㆍ13 총선에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정 전 의장은 '언제부터 이런 사태를 예감했느냐'는 질문에 "당연한 결과일 뿐"이라고 답했다.

 "어떻게 보면 '사필귀정(事必歸正)'이거든요.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의 사당화된 거 아니에요.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가 되면서 그렇게 됐고 지금 대통령이 탄핵받는 상황까지 왔잖아요. 새누리당이 탄핵받은 것이죠."

 "박근혜 후보를 세우는 데 앞장섰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굉장히 슬프고 송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새누리당으로 복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친박 세력의 전횡을 꼽았다. 이어 민주정의당ㆍ통일민주당ㆍ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 당시로 거슬러 올라갔다.

 "합당으로 한 지붕 세 가족이 됐고 그때는 어느 특정인의 사당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공화당 세력이 떨어져 나갔고 민정ㆍ민주계만 남았죠. 당시 70%가량이 민정계였는데, 오히려 김영삼 당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않았습니까. 그걸 올라탄 게 이회창 전 총재였는데 이후 (불행히도) 사당화의 길을 걸었습니다. 60% 정도가 (이 전 총재 세력으로) 채워졌죠. 당권이 박근혜 당시 대표에게 넘어간 뒤에는 비율이 90%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를 "과거의 적폐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이어 '공도(公道)'와 '정명(正命)'을 거론했다. '떳떳하고 당연한 도리'를 뜻하는 공도와 '하늘로부터 부여된 만물의 성질'을 얘기하는 정명이 무너졌다는 얘기다.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 장ㆍ차관 등 많은 사람이 직책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불신 사회가 됐습니다. 대통령이 담화에서도 거짓말을 합니다. 헌법재판소에 보낸 소명서도 완전히 말을 바꿔버렸어요. 청문회에 나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오리발을 내밉니다. 그런데 어떻게 국민 보고 '정직하시오'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그는 여생 동안 공도를 다시 세우고 정명을 다할 수 있도록 신뢰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3류, 4류인 정치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改憲)' 얘기였다. 계파ㆍ보스 정치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정 전 의장이 꿈꾸는 정치개혁이 궁금해졌다. 개헌의 내용과 형식, 선거제 개편 등이다.

지난달 21일 마주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차기 정권은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는 권력분점 형태가 돼야한다"며 "영화 '어벤저스'를 떠올리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에 좌파가 어디 있고, 우파가 어디 있느냐. 개헌과 다당제로 지역주의와 계파주의의 틀을 깨야한다"고 주장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난달 21일 마주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차기 정권은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는 권력분점 형태가 돼야한다"며 "영화 '어벤저스'를 떠올리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에 좌파가 어디 있고, 우파가 어디 있느냐. 개헌과 다당제로 지역주의와 계파주의의 틀을 깨야한다"고 주장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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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컨대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 득표율이 6%라면 국회에는 최소 18명의 의원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6명뿐이죠. 왜곡된 선거제를 바로잡기 위해 소선거구제와 독일식정당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을 혼용하는 대안을 제안합니다. 중대선거구제도 좋은 방법이고요. 김대중ㆍ이명박 전 대통령도 당선되고 나선 모두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했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다당제가 승자독식인 양당제의 단점을 보완하고 협치ㆍ연정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호남은 '진보', 영남은 '보수', 충청은 '중도'라는 지역 패권주의식 구분은 엉터리입니다. 어떻게 호남 사람은 모두 진보가 되고, 영남은 보수가 될 수 있죠. 이런 잣대를 초월해야 건강사회로 갈 수 있습니다."

 그는 개헌 시행의 시점으로 2020년 5월30일을 꼽았다. 새 대통령이 20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는 그해 5월29일까지 3년간 재임하고 이후 차기 대통령과 총리가 함께 임기를 시작하는 이원집정부제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 같은 복안은 이미 다양한 정파들이 개진해왔다.

 개헌 준비 기간도 대통령 직선제를 이룬 '87체제'를 근거로 개헌 착수에서 시행까지 6개월 안팎을 잡았다. 이렇게 따지면 내년 6월 이전에 새 헌법에 따라 새 정부가 출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 전 의장은 "차기 대통령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랐지만 비범성을 가진 인물이 적당하다"고 못 박았다. 박 대통령을 대척점에 놓고 "소박하고 소통이 가능하며 금방 친해져서 만날 수 있을 듯한 소탈한 분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사실상 '유신 시대'가 마무리될 것"이란 의미심장한 얘기를 남겼다.

 "내년에 개헌이 이뤄지면 1972년 유신 이후 45년 만에 사실상 제왕적 대통령제가 종언을 고한다고 봅니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씌운 유신의 그림자를 박 대통령 시대(時代)에야 지우는 셈이죠."

 정 전 의장 역시 군소 대권 후보로 거론되던 터였다. 넌지시 대권을 향한 의지를 물었다.

 "'정의화 당신이라도 꼭 하쇼'라고 하면 모르겠지만 그런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가능성은 0.0000001%에 불과합니다. 국회의장을 하며 받은 혜택을 조금이나마 보은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래도 누가 알겠습니까. 'GOK(God Only Knowsㆍ오직 하느님만이 아시는 것)' 아닌가요?"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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