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인구 인도서 여행 붐으로 항공수요 급증…유자격 항공관제사 구하기 '하늘의 별'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인도는 최근 뉴델리 인디라간디국제공항에 5000만달러(약 560억원)나 들여 102m 높이의 항공관제탑을 세웠다. 그러나 문제는 유자격 항공관제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인디라간디국제공항의 항공관제탑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애플 신사옥 '캠퍼스 2'를 지은 세계 최대 건설업체 HOK가 설계한 것으로 공식 준공식만 남겨놓고 있다.
관제사 가운데 상당수는 초임 월급 250달러에 불과한 국영 인도공항공사(AAI)보다 민간 항공사의 일자리를 선호한다. 지난해 인도 정부에 따르면 당국이 계획한 항공관제사 일자리 가운데 66%가 비어 있었다.
관제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은 기존 관제사들이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타밀나두주(州) 첸나이의 항공안전 컨설턴트 모한 랑가나탄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관제사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항공안전이 크게 위협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2014년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인도의 항공안전 점수를 강등한 바 있다. 항공기 안전운항의 필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FAA는 인도의 항공 관리ㆍ감독 수준이 국제 기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해 아프리카 짐바브웨와 같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당국이 시정에 나선 뒤 인도의 항공안전 점수는 전년 수준으로 회복됐다.
인도에서 항공관제사 부족 사태는 향후 수년간 악화일로로 치달을 듯하다. 현지 항공사들이 더 많은 비행기를 사들일 계획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은 향후 20년간 인도에 항공기 1850대가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돈으로 따지면 2650억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709대는 이미 주문 완료 상태다. 현지 저비용 항공사 고에어라인스는 지난 8월 잉글랜드 햄프셔주(州) 판버러공항의 판버러국제에어쇼에서 유럽 항공기 제작업체 에어버스의 'A320네오' 72대를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파이스젯은 항공기 150대를 구매할 계획이다. 인도 최대 저비용 항공사 인디고는 에어버스의 '협동체(narrow bodyㆍ복도가 1개인 단일 통로 구조로 기체폭 지름이 3~4m)' 항공기 430대를 주문했다. 현재 취항 중인 인디고의 항공기는 100대를 웃돈다.
호주 시드니 소재 글로벌 항공 컨설팅 업체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CAPA)의 카필 카울 남아시아 담당 최고경영자(CEO)는 "항공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현실이 외면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모디 총리가 지난 6월 발표한 새로운 항공정책도 항공사의 항공기 구매 열기를 부채질했다. 이에 따르면 인도 당국은 폐쇄된 공항 수백 곳을 다시 열고 오지 운항 항공사들은 보조금을 받게 된다. 이처럼 노선과 항공기가 늘면 관제사도 늘어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런 문제가 인도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세계적으로 항공관제사 4만명이 더 필요할 듯하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아시아 시장에 관제사 교육기관은 별로 없다. ICAO는 아시아에 연간 1000명의 관제사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정부는 항공관제사 600명을 모집 중이다. 이들은 세 교육기관에서 훈련 받게 된다. 그러나 이들 중 인디라간디국제공항에 배치될 인력은 겨우 60명이다.
모디 총리의 새 항공정책에는 '세계 수준의 관제사 교육기관 설립'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CAPA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 명확히 제시된 전략은 전혀 없다.
에어인디아 임원 출신으로 저서 '에어인디아의 후예(The Descent of Air India)'를 쓴 지텐데르 바르가바는 "당국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항공관제사 부족 사태에 따른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