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게도 다음날 장충체육관에서 한 로드FC 35 경기에서 격(格)에 어울리지 않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오픈경기 격으로 열린 유망주들의 경기, 영건즈31 여섯 번째 경기에서 승리한 박대성(23) 선수가 기념 사진 촬영을 하던 중에 옆에 선 로드걸 최설화(24)씨의 허리를 한팔로 끌어안아 물의를 일으켰다. 최씨가 기겁을 하며 몸을 피하려 했으나 박 선수는 재차 팔을 뻗었다. 이 장면을 보고 많은 관중과 텔레비전 시청자들이 '성추행'이라며 비판했다.
이날 로드FC측은 대회 도중 관중들에게 한우, 티셔츠 등을 경품으로 내걸고 선물하는 이벤트도 했다. 이 과정에서 로드걸들은 대부분 남성들로 채워진 관중석에 올라가 티셔츠를 던져주기도 했다. 추운 날씨에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감사하기 위한 이벤트였지만 로드걸들이 우리에 던져진 토끼처럼 위태로워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로드FC는 2010년 첫 대회를 개최했고 척박한 환경에서 지난 6년간 국내 격투기 산업을 성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명실상부 국내 최대 종합격투기(MMA) 단체로 위상이 높아졌다. 위상이 높아진만큼 이제는 그 품격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할 때다.
로드걸들은 경기가 끝난 뒤 승리한 선수 곁에 서서 사진을 함께 찍는다. 승자를 돋보이게 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자체로도 성차별 요소가 없지 않다. 세계 최고의 격투기 대회인 UFC에서도 옥타곤걸을 기용하지만 그들은 케이지에 들어가 승리한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지 않는다. 로드FC는 이번처럼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더 세심한 고민을 해야 한다. 스포츠는 미세한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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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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