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여론 중심지…정치적 고비 때마다 방문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수세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1일 대구 서문시장 화재현장을 전격 방문하면서 묘한 인연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은 한나라당 대표였던 2004년 처음 주목을 받았다. 한나라당은 당시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대통령 탄핵 직후 역풍을 맞아 참패가 우려됐다. 박 대통령은 이 때 서문시장 상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어 2007년 17대 대선을 위한 당내 경선 때도 박 대통령은 서문시장을 찾았다. 당시 서문시장은 2년 전 발생한 화재로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박 대통령은 대구에서 열린 대선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대구 서문시장과 칠성시장 ‘아재’(아저씨)들이 저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문시장 역시 이 때 글로벌명품시장으로 지정되는 등 전통시장의 전성기를 누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서문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명품시장 지정과 관련해 "ICT 융합을 하게 되면 전통시장도 굉장히 경쟁력을 만들 수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치인생을 함께해온 대구, 그 중에서도 여론이 좌우되는 서문시장을 13개월 만에 방문한 박 대통령은 망연자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마에 할퀸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도 있지만 자신의 처지는 물론이고 정치적 고향에서의 화재발생 소식 자체가 설상가상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다만 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대구 방문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여론의 반전을 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큰 화재가 발생한 민생현장을 살폈다는 취지를 알아달라"며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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