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부, 내년에도 경복궁 내 주차장 사용하기로 최근 합의...'최순실 게이트' 연루된 김상률 전 수석 주도...정부,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에 주춤해 양보한 듯
단독[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정부가 뚜렷한 대안없이 청와대 경호에 지장을 준다는 등의 이유로 경복궁 내 관광버스 주차장 폐쇄를 밀어붙이다가 한 걸음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논란 끝에 2017년 한 해에도 경복궁 내 주차장(지상 버스 50대, 지하 승용차 240대 규모)을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문화관광산업경쟁력 강화회의'를 갖고 내년부터 당장 경복궁 주차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에서 한 걸음 후퇴한 것이다.
정부는 특히 경복궁 옆 도로를 관광버스들이 점령하면서 교통 정체가 심해져 유사시 대통령 등 요인 경호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를 들어 서울시 측에 '고궁 복원 공사 시작 전 조기 폐쇄'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지난해부터 정부와 청와대, 서울시 사이에서 벌어진 이같은 논의를 주도한 사람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었다. 김 전 수석은 서울시의 반대로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자신이 직접 회의를 여러 차례 주재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복궁 주차장 폐쇄를 주도했다. 김 전 수석은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물 중 하나로 최씨 측근이자 외조카인 차은택 전 PD의 추천으로 등용돼 최씨의 사익 추구를 위한 국정 농단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논의 과정에서 최근 폭로된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정부가 마치 경복궁 주차장 폐쇄를 확정한 것 처럼 발표했지만 김 전 수석이 퇴진한 후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고, 그 이후에는 더 밀어붙이려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며 "내년 1년간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를 봤으며, 2018년에도 가능하면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2019년 이후에는 개별관광 확산 추이 등을 지켜본 후 따로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경복궁 주차장을 폐쇄해 삼청로 일대를 비운다는 얘기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며 "문화재 내 주차장은 없애는 게 맞지만, 대체 주차장 확보ㆍ관광체계 변경 등 대안을 마련하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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