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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넥스트컴퓨터…'찰나의 찰나'에 도전

최종수정 2016.12.19 21:36 기사입력 2016.11.2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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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진법, 광전소자 등 넥스트 소자 개발 잇따라

▲차세대 컴퓨터는 얼마나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DB]

▲차세대 컴퓨터는 얼마나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1분1초가 아깝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바쁜 일상에서 시간은 무척 중요합니다. 얼마 전 끝난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들은 시험을 앞두고 '초치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른바 '초치기'란 급박한 상황에서 시험을 보기 전 몇 글자라도 더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시간과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물리적 시간은 보편적입니다. 다만 이 시간은 느끼는 사람에 따라 늘어나기도 혹은 줄어드는 주관적 개념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컴퓨터 시계는 현실적 시간 개념과 조금 다릅니다. 1초의 개념보다 더 세밀한 '1000분의 초'로 시작합니다. 인류 역사에 가장 큰 도움이 된 발명품 중의 하나로 계산기를 꼽습니다. 숫자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숫자를 통해 모든 것을 계량화했습니다. 복잡한 현실을 숫자로 정리했습니다. 계산기의 발명은 인류의 역사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현실을 해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계산기를 시작으로 발전한 컴퓨터의 발명은 시간의 개념을 재정의해야 하는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밤과 낮의 긴 시간 개념에서 분초를 다투는 세밀한 영역까지 인류는 파고들었습니다. 거시(巨視)에서 미시(微視)의 세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숲을 보고 이제 나무를 보는 곳'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넥스트 컴퓨터, 시간 개념은 '찰나'=컴퓨터의 역사를 바라보는 기준을 많습니다. 지금은 '손안의 컴퓨터'라 부르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됐습니다. 누구든 실시간으로 뉴스를 접합니다. 세상과 소통할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컴퓨터는 인류의 소통문화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논리 회로소자와 처리속도로 '세대별 컴퓨터'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1세대 컴퓨터는 논리 회로소자로 진공관을 이용했습니다. 처리 속도는 밀리초(1000분의1초)에 머물렀습니다. 부피가 컸고 처리속도도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었습니다. 2세대는 트랜지스터를 이용했고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의 처리속도를 냈습니다. 부피가 작아졌고 처리속도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집적 회로를 논리 회로소자로 이용한 제3세대 컴퓨터의 처리속도는 나노초(10억분의 1초)에 도달했습니다. 이쯤되면 '찰나'의 순간으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제4세대 컴퓨터는 고밀도 집적회로를 이용했고 처리 속도는 무려 피코초(1조분의1초)에 이르렀습니다.

컴퓨터의 처리속도 경쟁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4세대 컴퓨터를 넘어 이제 5세대 컴퓨터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5세대 컴퓨터는 처리속도가 펨토초(1000조분의1초)에 접근합니다. 최근 인공지능 등은 이 같은 처리속도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펨토초는 '눈 깜짝할 사이'보다 더 조밀한 '찰나'의 순간입니다. 펨토초를 지나 '찰나의 찰나(아토초)' 순간까지 인류의 처리속도 개발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넥스트 컴퓨터, 빛의 속도로 정보 처리=인류가 매일매일 생산해 내는 데이터는 엄청납니다. 우리나라 5000만 명이 하루 동안 1건의 신용카드를 사용했다면 데이터양은 5000만 건에 이릅니다. 2000만 명의 국민들이 매일 버스를 두 번만 왕복해서 탄다면 교통카드 데이터양은 8000만 건에 이릅니다. 늘어나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른바 '빅데이터(BigData) 시대'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빛의 속도로 정보를 전달하는 초고속 광전소자를 개발했습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빅데이터 시대에서 기존의 실리콘기반 전자소자의 정보처리 속도로는 데이터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연구팀은 전자소자와 비교했을 때 100배 이상 빠른 동작이 가능한 나노포토닉스(nanophotonics) 기술에 주목했습니다. 나노포토닉스 기술의 핵심은 빛과 전기의 상호 전환을 이용해 신호를 만드는 광전소자에 있습니다.

광전소자의 성능을 실리콘 전자소자 수준 이상으로 높이려면 소자의 크기를 나노미터(nm) 수준으로 줄여 집적도를 높여야 합니다. 이 경우 빛이 회절한계에 부딪혀 성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전자회로를 좁은 수로, 전자를 돛단배, 빛을 여객선이라 보면 여객선은 돛단배보다 훨씬 빠른데 비좁은 수로를 지날 수 없습니다. 만약 돛단배와 크기가 비슷하고 속도가 훨씬 빠른 모터보트라면 비좁은 수로를 훨씬 빠르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 연구단(단장 이영희) 이현석 연구위원 연구팀은 2차원 반도체 물질로 제작한 단일층 트랜지스터 위에 은 나노선을 다리처럼 연결해 복합소자를 만들어 이 같은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넥스트 컴퓨터, 2진법에서 3진법으로=국내 연구팀이 3진법을 이해하는 초절전형 반도체 소자·회로를 개발했습니다. 3진법 반도체를 이용하면 기존의 2진법 반도체에 비해 전력 소모가 적고 무엇보다 배선의 양을 줄일 수 있어 눈길을 끕니다. 3진법은 1950년대부터 연구돼 왔는데 그동안은 관심 밖이었습니다. 2진법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0'과 '1'을 사용하는 2진법 기반 컴퓨터가 전력 소모량 측면에서 기술적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3개의 논리 상태인 '0', '1', '2'를 사용해 대용량 정보처리가 필요한 프로그램의 원활한 수행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차세대 초절전 반도체 소자·회로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기술은 미래 초절전 반도체 소자·회로를 만들 때 필수적 원천기술입니다. 3진법을 이해하는 컴퓨터는 2진법 컴퓨터의 60%에 해당하는 소자만으로도 동일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2진법 컴퓨터에서 10개의 소자가 필요했다면 3진법에서는 6개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이런 특성으로 반도체칩의 소형화, 저전력화, 고속화가 가능합니다. 배선의 양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2진법 기반 컴퓨터는 대용량 정보처리를 위해 수많은 소자와 배선이 필요합니다. 전력소모와 발열량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회로를 구동하는데 소모되는 전력을 줄이고 대용량의 정보처리를 위해 다치논리회로와 관련된 연구가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치논리회로'란 기존의 2진법 체계를 넘어 3개 이상의 논리상태의 표현이 가능한 회로를 의미합니다.

연구팀은 2차원 반도체인 흑린(black phosphorus)과 이황화레늄(ReS2)을 간단히 수직으로 쌓아 전자소자를 새롭게 제작했습니다. 이 소자를 이용해 3개의 논리상태(0,1,2)를 갖는 3진 인버터 회로를 구현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로 기존 소자·회로의 소비전력과 성능이 한 단계 더 높아졌습니다. 이를 응용하면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지능형 로봇, 슈퍼컴퓨터 등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박진홍 성균관대 교수는 "소비전력과 성능을 한 단계 더 향상 시킬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3진법 소자·회로를 개발한 것"이라며 "기존의 2진법과 비교했을 때 반도체 소자·회로가 빨라지고 소형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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