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1876년 한 영국인이 몰래 고무나무 씨앗을 배에 실어 영국으로 빼돌렸다. 이 씨앗으로 영국인들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고무나무 재배에 성공했고, 대규모로 고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마나우스 사람들이 오페라 극장을 세우던 때였다.
우리나라의 역사에도 씁쓸함을 안겨주는 일화들이 있다. 꽃과 수피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노각나무(Stewartia koreana Nakai ex Rehder)가 1910년대 후반 지리산에서 미국으로 반출된 후 고급 정원수로 상품화되어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 보랏빛 꽃송이가 아름다운 흑산도비비추(Hosta yingeri S. B. Jones)가 1980년대 말 전라남도 홍도에서 식물학자 베리 잉거에 의해 채집되어 그의 이름을 딴 학명으로 미국에 신품종으로 등록되고 만 이야기 등은 들을수록 아쉽고 안타깝다.
다행히도 2014년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ABS, 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Benefit-Sharing)에 대한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안타까운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게 되었다. '나고야의정서'는 국가가 보유한 생물자원을 이용하여 이익이 발생했을 때 생물자원 보유국과 개발국이 그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국제적 약속이다. 다시 말해 국가가 가진 생물자원에 대해 그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냥 기뻐하기는 아직 이르다. 무엇이 가치가 있는지, 또 어떻게 그 가치를 지켜나가야 하는지 모른다면 우리는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이 자리를 통해 우리 생물자원을 열심히 찾는 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찾아낸 것들은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또 어떻게 보전해나갈 것인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생물자원은 고령화와 신종 질병, 환경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21세기의 황금'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옛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잘 자라고 있는 생물자원이라도 쓰임과 가치를 찾아야 우리에게 진정한 황금이 되어줄 것이다. 이번 컨퍼런스가 다음 세대에게 아쉬움이나 씁쓸함이 아니라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이정섭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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