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체, 청탁금지법에 최순실 한파 설상가상
11월 극성수기인데 소비절벽 가시화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최순실 한파'가 소비시장을 꽁꽁 얼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로 전 국민이 무력감에 휩싸이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심리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중이다.통상 11월은 유통업체들의 창립기념일과 빼빼로데이, 중국의 광군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등 쇼핑 이벤트가 몰리면서 월동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시기로 꼽힌다. 하지만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 금지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위축된 내수시장은 최순실 사태가 기폭제로 작용해 소비절벽이 이미 시작된 모습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올겨울 정기세일 첫 주말인 지난 17~20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를 기록했다. 세일 최대 대목인 지난 19일 토요일 광화문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서울역에선 박 대통령의 팬클럽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맞불집회로 벌이면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백화점 매출이 역신장을 기록한 것이다.
국내 백화점 3사는 지난 17일부터 올해 마지막 연말세일에 돌입했다. 롯데백화점은 210여개의 브랜드가 참여한 가운데 30~50% 저렴하게 판매했고,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470개 브랜드의 겨울상품을 최고 70%까지 가격을 낮췄다. 백화점에서 이례적으로 '1+1(하나 덤)' 행사도 열었지만 최순실 한파로 소비심리를 녹이는데는 실패한 것이다. 백화점 3사는 이들어 매일 비상회의를 소집, 연말세일 매출 대책을 세우는데 분주하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이번주말(24~26일)부터는 방한의류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 것으로 보고 패딩과 코트 등을 100억원 규모의 물량을 풀고 파격 할인하는 '쇼킹 프라이스데이'를 진행한다.
외식업계는 상황이 더 녹록지않다. 청탁금지법 시행이후 약속절벽에 부딪힌 공무원과 직장인 등이 외식을 피하는데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가계마저 허리띠를 더욱 졸라메면서 매출절벽에 시달리고 있다. 피자프랜차이즈인 A사는 이달 들어 매출이 전년대비 80% 수준에 불과하다. 매장을 직접 찾아 피자를 주문해 먹는 방문고객은 더 줄었다. 전년대비 73% 수준에 그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곳 관계자는 "올해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가격대비성능(가성비)만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어서 가격대가 낮은 제품 위주로 소비되고 있었는데 설상가상 현 시국도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주말매출은 더 줄었다"고 토로했다.
바다요리전문 프랜차이즈인 B사도 이달 매출이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20% 가량 감소한 상태다. 청탁금지법으로 예약률이 뚝 떨어졌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는 다시 연말 분위기를 타고 조금씩 회복세로 돌아서다 최근 다시 주춤해진 것. 외식업계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이달부터 송년회 모임 예약이 들어왔었지만, 올해는 12월이 되어야 할 것 같다"면서 "불경기 때문에 가뜩이나 장사하기 어려웠는데 시국까지 이래서 예년처럼 연말 분위기를 내기는 힘들 것 같다"고 걱정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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