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총리 내정자와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
조선·해운 구조조정 엇박자 논란에 아쉬움 토로.."柳부총리 잘 보필 못한 탓"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임종룡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향후 경제 정책에 대해 진정성, 일관성, 신속성 등 3대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정국 혼란 속 '책임총리제' 논의도 나오는 상황이지만 "경제 문제만큼은 경제팀이 풀겠다"며 그간의 경제 정책 리더십 부재 논란을 돌파할 것임을 시사했다.
임 내정자는 2일 밤 서울 여의도 자택 근처의 한 찻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의 자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고 정책에 있어서의 포인트(핵심)는 일관성이라 생각한다"며 "이렇게 불확실성이 커지고 여러 가지 대내외 여건도 여의치 않을 경우 더해야 할 정책 덕목은 신속성"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국 경제는 산적한 대내외 악재에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까지 겹쳐 휘청이고 있다. 임 내정자는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신속성을 강조했다. 그는 "계기비행(나침반이나 레이더 등 계기에 의존해 하는 비행)이 아닌 시계비행(조종사가 직접 눈으로 주변 장애물을 인식해 하는 비행)을 해야 한다"며 "경제 주체들에 마치 등불을 비추듯 신속하게 길 안내를 해주는 것이 정책이 가져야 할 덕목 내지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앞서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는 국민대 본부관에서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를 추천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박 내정자 뿐만 아니라 임 내정자 추천도 나와 무관치 않다"며 "경제와 안전 문제가 급하다 보니 추진력이 강한 사람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가 만약 책임총리가 되면 경제 정책도 최종 결정하게 되느냐'는 질문에 임 내정자는 "지금 언급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면서도 "경제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경제팀이 팀으로 뭉쳐서 맞닥뜨리고, 때로는 돌파하고, 때로는 풀려는 지혜를 발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은 관계 정부부처 간 조정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임 내정자는 예고했다. 그는 "관계 부처 간 협의에서는 활발한 토론, 각자가 고수하려는 가치에 대한 충분한 설득,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 등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최선을 찾아가는 과정이 없다면 부처의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내정자의 이 같은 언급은 구조조정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정책 혼선'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을 의식한 것이다. 임 내정자는 "정책이 다듬어지고 걸러지면서 최선의 가치를 찾는 과정이 없음을 탓해야지, 그 과정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그간 유일호 부총리가 부처 간 조정 역할을 충분히 해왔고 앞으로 남은 기간에도 역시 (조정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임 내정자는 "'구조조정이 표류한다' '사령탑이 없다' '엇박자다'라는 비판은 경제팀원들이 유 부총리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고 덧붙였다.
임 내정자는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태로 국정 공백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경제사령탑 교체가 신속히 이뤄졌다'는 기자들 언급에 "분명히 엄중하게 생각하고 경제가 위기 수준이라는 인식으로 현 상황을 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했느냐'는 질문엔 "어휴"라며 손사래를 치면서 "대통령 관련 이야기는 이 자리에서 안 하는 게 좋겠다"며 자리를 마쳤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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